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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 법률가’가 ‘헌법 수호자’의 자격 있나?

등록 2017-04-06 18:12수정 2017-04-10 17:43

정치BAR_이경미의 여의도 죽비_정치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연일 말썽을 빚고 있다. 지난달 출마선언 때 ‘자살 검토’ 발언으로 막말 행보를 시작하더니 지난 4일 대선후보 자격 논란을 묻는 손석희 앵커와 생방송 인터뷰에서 일으킨 ‘불협화음’이 화제를 모았다. 지난달 18일 출마선언 이후 20여일간 대선 행보를 하면서 그가 쏟아내는 자극적인 말을 듣다보면 ‘대통령 되려고 나온 사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한다. 탄핵을 부정하는 그에게서 대통령 후보로서 헌법질서를 수호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고, 공직선거법을 왜곡하는 모습에서 ‘꼼수 법률가’ 면모만 드러나고 있다.

“정치적 탄핵은 되고 사법적 탄핵은 잘못”
모순적인 논리로 박근혜 두둔
선거법 맹점 이용해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막아
불성실한 인터뷰 비판엔 “재미있게 해주려고”

탄핵에 대한 그의 인식은 대통령 후보로서 헌법수호의지와 국가관을 의심할 정도다. 지난달 10일 선고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 그는 “정치적으로는 탄핵할 수 있지만 사법적 탄핵은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주의가 아닌 민중주의이고 여론재판”이라고 맹비난했다. 헌재가 탄핵을 선고하면서 대부분 수용하는 국민적 정서와는 한참 동떨어져 있다. 당시 적극적으로 탄핵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도 헌재 결정이 났을 때는 깨끗이 승복했다. 선고 당일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헌재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존중하자”고 했다. “대통령 파면으로 얻는 헌법수호 이익이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보다 더 크다는 재판관 말을 들으면서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수호의지를 의심받는 점을 탄핵인용의 주요 사유로 판시했다. 소속 당 또한 책임감을 느낀다는데, 정작 그 당의 대선후보가 헌재 결정을 부정하며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지가 없는 '막말'을 계속하고 있다.

홍 후보가 말하는 ‘정치적 탄핵은 되고 사법적 탄핵은 잘못'이라는 이분법은 무엇인가? 탄핵결정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법적 판단이 아니라 4개월 넘게 촛불로 항의하고 인내심을 갖고 탄핵절차를 기다린 민심의 결과이다. 국민들로부터 탄핵되니 법의 탄핵이 성립되는 것이지 이는 절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어려움에 처한 나라의 위기극복이나 미래비전은 없이 탄핵비판과 박정희 향수 되살리기를 하고 있다. “내가 대통령이 돼야 박근혜를 살릴 수 있다”, “박정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발언을 반복한다. 그의 발언에서는 ‘스트롱맨’은 있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민생이나 위기, 산업발전, 미래와 같은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대선 후보 자격문제는 홍 후보를 괴롭히는 단골메뉴다. 이를 끈질기게 문제삼는 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다. 자격 논란은 그의 약점이다. 유 후보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면서 홍 후보와 보수 지지층 확보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 후보의 문제제기는 대선국면과 맞물려 후보간 정치공방으로 해석돼 크게 문제시되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홍 후보는 지난 4일 손석희 앵커와 생방송 인터뷰에서 곤란스러운 질문에 대해선 되려 손 앵커에게 역공격을 하며 넘어갔다. “손석희 박사를 생방송에서 한번 재밌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했다”는 그의 해명은 더욱 어이가 없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 JTBC 뉴스룸 갈무리.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홍준표 경남도지사. JTBC 뉴스룸 갈무리.

그는 자신의 출마로 공석이 될 경남도지사 재보궐선거에 대해 선거가 필요없다는 법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직선거를 위한 사퇴와 출마 제한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을 교묘하게 해석하면 홍 후보의 말대로 도지사 보궐선거 근거는 자동 소멸된다. 홍 후보는 스스로 법의 맹점을 악용했다. ‘법률브로커’가 하는 일이다. 경남선관위도 지난 4일 입장문을 내어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게 공직선거법의 정신”이라며 홍 후보를 비판했다.

'이현령 비현령'은 법의 잣대가 어지러울 때를 꾸짖는 말이다. 홍 후보의 ‘법해석 꼼수'는 법의 존재가치를 무너뜨린다. 법의 결과가 정당성을 갖는 것은 법정신에 기초할 때다. 법의 조문에 매달려 해석한 것은 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 홍 후보는 대선 후보 이전에 성공한 법조인으로서 지금까지 그의 막말과 법을 농락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법을 존중하고 헌법수호의지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옳은 자세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법률 브로커'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법조 후배들이 혹시라도 사법체계를 가지고 노는 홍 후보를 마치 법률지식에 밝은 것으로 착각하고 닮을까 두렵다. 홍 후보는 법정신에 투철한 법조인으로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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