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BAR_음식전문기자가 본 청와대의 밥
새누리당 지도부와 오찬에서 등장
민심 동떨어진 호화 메뉴에 ‘눈살’
요리전문가 “여름철 송로는 허세”
박 대통령은 담백한 맛 즐긴다는데… 식도락가들이 열광하는 송로버섯의 매력은 향이다. 개성이 약하고 평범한 음식도 송로버섯 오일 몇 방울이면 식도락가들의 혀를 사로잡는다. 유럽의 고급 레스토랑의 요리사들이 송로버섯에 매달리는 이유다. 송로버섯의 향에는 우리의 원초적인 욕망을 건드리는 비밀이 숨어 있다. 10가지 이상의 향을 가진 송로버섯에는 암퇘지의 짝짓기를 유도하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성분은 인간에게도 유용해 그리스·로마시대에는 최음제로 사용했다는 얘기가 있다. 암퇘지는 한때 송로버섯 채집꾼으로 활약하기도 했지만 찾자마자 눈 깜짝할 사이에 먹어치워버리는 바람에, 송로버섯에는 별 입맛이 없는 개가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더 고급인 ‘화이트 송로버섯’은 향이 더 강렬하다. 모눈종이처럼 얇게 잘라 음식에 조금 올려 먹어야 가장 맛있다는 평이다. 10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인 송로버섯은 여름철에는 향이 적어 특유의 매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한여름에도 송로버섯 오일 등을 사용하는 고급 양식당들은 많다. 고급 식당을 운영하는 한 요리사는 “여름철 송로버섯은 맛보다는 고급스러운 기분을 느끼려는 것”이라며 “일종의 허세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비싸고 사치스러운 생선 알’인 캐비아도 고급 식재료로는 송로버섯 못지않은 지위를 가졌다. 빵이나 비스킷에 올려 메인 요리가 나오기 전에 입맛을 돋워주는 간식으로 주로 먹는다. 메뉴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입혀준다. ‘여름 송로버섯’과 캐비아는 식탁의 허세와 맞닿아있다.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비싼 캐비아는 불과 150년 전만 해도 철갑상어가 흔해 귀한 식재료는 아니었다고 한다. 남획, 댐과 수력발전소 건설, 수질 오염 등으로 1900년 무렵부터 철갑상어가 멸종위기에 몰리자 귀한 몸이 됐다. 하지만 최근 양식이 성공해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라고 한다. 서양요리의 사치품이 송로버섯과 캐비아라면 샥스핀은 고급 중식을 대표한다. 하지만 생산 방식의 잔인성과 환경론자들의 거센 항의로 식탁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이미 몇년 전부터 유럽이나 미국 등의 유명한 호텔 체인들은 샥스핀 사용을 금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토속음식과 채소, 소식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다. 몇년 전 만난 청와대 주방팀에서 일했던 한 요리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가리는 것 없이 무엇이든 잘 먹는 식성”인 데 반해 “박 대통령은 까다로울 정도로 정갈하고 담백하며 간이 세지 않은 음식을 찾아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청와대 송로버섯 오찬은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박 대통령은 누구의 점수를 따고 싶었던 것일까? 루이 14세 시대의 한 프랑스 정치학자는 “한 나라의 통치는 왕의 식탁에서 이뤄진다”는 말을 남겼다. 청와대의 송로버섯 오찬은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밥상인지 궁금해진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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