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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정세균 총리, 이란으로 출국…‘70억 동결자금’ 숙제 풀고 올까?

등록 2021-04-11 17:12수정 2021-04-11 17:16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과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서울과 영상으로 연결해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란에 억류됐던 한국 선박과 선장이 9일(현지시각) 무사히 풀려났지만, 사건의 원인으로 꼽히는 한국 내 이란 동결자금(70억달러)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란 고위급과 관련 논의를 위해 11일 오전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를 타고 테헤란으로 향했다. 한국 총리가 이란을 찾은 것은 44년 만으로, 특별하게 성사된 방문이다. 하지만 동결자금 문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직결된 것이어서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뾰족수는 없어 보인다. 결국 미국과 이란을 비롯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당사국들 간 합의 복원 협상과 맞물려 진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한국에는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 2곳에 이란의 원유 대금 70억 달러가 묶여 있다. 2010년 미국의 ‘포괄적 이란 제재법’ 시행 뒤 만들어진 한-이란 원화결제시스템을 통해 쌓인 돈이다. 한국은 이란산 원유 등의 수입 대금을 예치하고, 이란에 물품을 수출한 한국 기업들은 이 계좌에서 대금을 지불받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경제제재를 복원하면서 2019년 5월부터 동결된 것이다.

한국에 묶인 70억달러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 상당한 진전”이 예고된 건 1625만달러 정도다. 유엔 총회 투표권을 회복하기 위해 이란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으로, 한국 내 동결자금으로 조만간 대납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한국 내 이란 자금으로 약 3000만달러 어치의 독감백신, 항암치료제 등 의약품·의료기기가 이란으로 수출됐다. 또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지만 이란의 요청으로 코벡스 퍼실리티를 통한 코로나19 백신 구매 대금도 동결자금에서 송금됐다.

이란에 석달째 억류 중이던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가 9일(현지시각) 석방돼 이란 반다르압바스항 인근 라자이 항을 출항했다. 외교부 제공
이란에 석달째 억류 중이던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가 9일(현지시각) 석방돼 이란 반다르압바스항 인근 라자이 항을 출항했다. 외교부 제공

가장 큰 규모로 논의가 오가고 있는 건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을 통한 자금 이전이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월 “10억달러를 우선 돌려받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 양국 정부는 10억달러 정도를 스위스 채널을 통해 보내는 방안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도 방식 자체에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지지만,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틀 안에서 다룰 전망이다. 실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6일 열린 이란 핵협정 복원 관련 당사국 회의 뒤 “농도 20%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대가로 10억 달러(약 1조1천억 원) 규모의 동결 자산 해제를 미국이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9일 기자들과 만나 “이란 핵합의 협상에서 우리 동결자금 관련된 부분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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