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과 관련해 한국이 제시한 금액을 자신이 거부했다며 한국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미 간 협상은 구체적인 차기 일정도 잡히지 않고 있어 최종 타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오후 백악관에서 연 코로나19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그들(한국)이 우리에게 특정 금액을 제안했는데 나는 거절했다”며 “왜냐면 우리는 (한국에) 엄청난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했다. 협상 실무 선에서 잠정 합의까지 갔던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막판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해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식화한 셈이다. 앞서 <로이터>는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대해 “텔레비전, 선박 등 모든 걸 만드는 매우 부유한 나라”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하는 것의 큰 퍼센티지에 대해 비용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현재 1년에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약 10억달러를 부담한다며 “나는 지난해에 ‘이건 일부이기 때문에 (내년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난해 방위비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냈다.
하지만 그는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감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그건 그들이 자국 방어에 기여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방위비분담금 협상에 강경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조만간 협상이 타결되긴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그동안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대체로 협상 대표 선에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번처럼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큰 관심을 기울이며 직접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미 협상대표단은 지난달 중순 7차 회의 결렬 이후 추가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또 한번 협상을 해보자 하는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며 “계속 소통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기회를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상호 간 입장은 잘 알고 있는 만큼, 그걸 계속 좁혀 나가야 할 단계”라고 강조했다. 두 나라는 이메일, 전화 등으로 최소한의 소통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지금의 협상 교착 국면이 여름을 지나 미국의 11월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의가 늦어지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 4천여명은 이달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정부는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지오 주한미군한국인노조 사무국장은 “타결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무급휴직 문제도 해결하고, 한국 정부의 협상력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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