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60만회 분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15일 새벽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관계자들이 키트가 든 상자를 항공기로 옮기고 있다. 외교부 제공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14일(현지시간) 막판 ‘트럼프 변수’로 타결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SMA)과 관련해 한국은 ‘부자 나라’라며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재차 압박에 나섰다. 이날 공교롭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청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60만회 분량을 실은 항공기가 미국으로 출발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트위터를 통해 “한미동맹은 공고하며 외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국쪽이 전년 대비 ‘최소 13% 인상안’을 제시했었다는 최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무부가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무부에 넘기겠다면서도 “나는 그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해 매우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우리의 가깝고 신뢰받는 동맹이라는 나의 견해는 여전히 유지된다”며 “그들은 부자 나라다. 그들은 우리의 상호 방위와 그들의 특정한 방위에 도움이 되기 위해 더 지불할 수 있고 더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이 지난달말 잠정타결 수순까지 접어들었다가 막판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의 추가 증액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쪽도 내놓을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을 제시한 만큼, 극적인 모멘텀 마련 없이는 협상 표류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합의가 늦어지면서 주한미군 내 한국인 노동자 4천여명은 이달 1일부터 강제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정부는 우리 예산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이처럼 미국으로부터 방위비분담금 증액 압박이 있던 날,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60만회 분량을 우선적으로 미국에 수출했다. 외교부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전 승인을 받아 수출 계약이 끝난 3개 업체 중 2개 업체 진단키트가 15일 새벽 화물기를 통해 미국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60만명에 근접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2만3천명을 넘어섰다. 진단키트는 물론이고 손소독제나 마스크 등 방역용품이 부족한 상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진단키트 지원을 요청했으며 3주만에 수출이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한국 파트너들이 미국의 코로나19 테스트 확보를 지원하는 데 대해, 미국인을 지원하는 데 대해 감사한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미동맹은 공고하며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키트 구입을 가능하게 도와준 외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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