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왼쪽)과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8일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8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에 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등을 논의하는 국장급 협의를 한다.
이날 오전 11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일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 들어선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말없이 굳은 표정으로 곧장 14층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실로 올라갔다. 가나스기 국장은 각종 협의에 앞서 취재진 앞에서 간단히 인사말을 나누는 ‘모두 발언’도 생략한 채 비공개 협의에 들어갔다. 모두 발언 없이 사진 촬영만 응한 것은 일본 쪽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협의 뒤 “(한-일) 양측은 9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관련 남북 고위당국회담 등 최근 한반도에서 형성되고 있는 평화의 모멘텀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로 이어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양쪽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유지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는 한편 이를 토대로 북한을 의미있는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양측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더욱 긴밀히 소통해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이번 협의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한 현황을 공유하고 이후 한-일 대북 공조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껏 대북 강경노선을 유지하며 문재인 정부에 “지금은 대화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압박해온 일본 정부로서는 남북 관계가 급물살을 탈 경우 일본의 대북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더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미국도 (북과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혀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수석대표는 지난달 22일 도쿄 협의 이후 17일 만에 만났다.
이날 오후에는 가나스기 국장과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시아국장의 한-일 외교부 국장급 협의가 열린다. 이번 협의는 지난달 2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보고서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가 ‘후속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첫 접촉으로, 이와 관련해 양쪽의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티에프 발표 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면서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사과를 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는 국가 간 약속으로 성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한국 정부가 이후 어떤 조처를 내놓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전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의 병실을 찾아 2015년 한-일 합의에 따라 일본 정부가 낸 출연금 10억엔과 관련해 “돈 문제는 할머니 마음에 들게 잘 처리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강 장관은 ‘10억엔 반환’을 주장하는 김 할머니에게 “고민하고 있다”, “우리 정부에 그런 돈이 있다”고도 말했다. 강 장관은 지난주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후속 조처 마련을 위해 피해자 할머니와 관련 단체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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