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검토 결과를 발표한 27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에서 이옥선(91·왼쪽 둘째), 박옥선(94·오른쪽 둘째)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김정숙 나눔의집 사무국장(안경 쓴 이), 원종선 간호사가 함께 방송 중계를 보고 있다. 방송을 본 뒤 이옥선 할머니는 “할머니들의 의견을 아예 무시한 합의는 무효”라고 말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국 정부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정작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합의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는 등 ‘피해자 중심적 접근’에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이하 티에프)는 27일 검토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외교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피해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외교부는 한-일 국장급 협의 개시 결정 뒤 전국의 피해자 단체, 민간 전문가 등 2015년 한 해에만 모두 15차례 이상 피해자 및 관련 단체를 접촉했다. 티에프는 또 “외교부는 피해자 단체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졌고,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등에 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티에프는 평가했다. 오태규 티에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냥 많이 접촉을 했다고 해서 그게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라고 하면 안 되겠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진짜 깊숙이 듣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들이 어떤 요구를 하고 어떤 것을 바라는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28일 발표한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 주도로 발족한 ‘화해·치유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108억원)을 송금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도 피해자는 빠져 있었다. 이날 티에프는 “일본 정부가 내는 돈이 10억엔으로 정해진 것은 객관적 산정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며 “한·일 외교 당국의 협상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피해자로부터 액수에 관해 의견을 수렴했다는 기록은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 위원장은 “(액수 산정은) 무엇을 위해서, 어떤 용도로 얼마를 하는지 등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에 대해 논의했다는 어떠한 것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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