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7일 오전(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오른쪽)과 손을 맞잡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한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 대응과 관련해 한·미·일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됐다. 마닐라/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신임 외무상이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두 장관은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한-일 정부 간 합의(이하 12·28 합의)에 대한 양국의 입장 차를 재확인한 채 회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7시30분께(현지시각) 제24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하 포럼) 회의장인 필리핀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두 장관은 고노 장관의 취임을 축하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나흘 전 취임한 고노 외무상은 “지난번에 (취임) 축하메시지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며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소중한 이웃나라”라고 말했다. 이에 강 장관은 “오늘 하루 (고노 외무상과) 다섯번째 만남”이라며 “양국 간에는 어려운 문제들이 있지만, 자주 소통하면서 서로 지혜를 모아서 협의하면서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화답했다.
두 장관의 첫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바로 ‘12·28 합의’에 대한 논의였다. 양국은 이날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외무상은 ‘12·28 합의의 착실한 이행’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고, 강 장관은 ‘12·28 합의를 국민 정서상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되짚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이) 최근 외교부가 발족한 12·28 합의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에 대해 고노 장관한테 먼저 설명했다”고 전했다. 두 장관은 이와 별개로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앞서 이날 낮 12시10분께에는 강 장관 주최로 고노 외무상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마닐라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나 업무오찬을 겸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40여분 이어진 회의에서 이들은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2차례 시험발사하는 등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측면에서 중대한 진전을 보여줬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외교부는 세 장관이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하는 것이 3국의 확고한 목표임을 재확인하고,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이끌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닐라/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