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한국시각)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던 중 난기류로 기내가 흔들리자 참모진과 취재진이 비행기 천장을 붙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미국 워싱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한 기자간담회를 보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인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제시할 구체적인 해법을 예상할 수 있다. 간담회에서 ‘북핵 2단계 해법’을 거듭 강조한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구상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회담에서 부각하고 싶어 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선 현재 양국 간 교역의 ‘이익 균형’이 맞춰진 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일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핵 동결은 입구, 핵 폐기는 출구” 설득 나설 듯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제시할 북핵 해법은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과 함께 ‘핵 동결 약속’에서 출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대화의 입구”라고 설명한 내용이다. 앞서 문 대통령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 축사)고 밝힌 ‘조건’의 문턱을 높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으나,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 위한 조건을 뜻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초 문 대통령은 북핵 해법의 입구에 ‘핵 동결’을 제시했다. 이번에 ‘북핵 동결 약속’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북한에 영변 원자로 등 핵시설의 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출구”로 명시한 ‘단계적 해법’을 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과 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와 한·미의 ‘상응 조치’를 동시에 이행하는 방안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2005년)에 담긴 원칙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폐기됐던 접근법이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에서 ‘북핵 동결’과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방안을 연계시키는 구체적인 ‘상응 조치’를 논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큰 틀에서 북핵 해법에 대한 공동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선결 과제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우리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입장은 북한의 핵 동결과 우리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
한-미 FTA는 ‘방어 전략’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대해서 문 대통령은 ‘방어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간 무역 불균형에 대한 지적과 관련해 “양국 간 이익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국의 한국 상대 무역적자가 미국이 중국, 일본과의 교역에서 얻는 적자와 비교해 적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한-미 무역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적자 폭이 줄고 있다고 밝힌 것을 볼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이런 구체적인 현황을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증가 및 향후 대규모 투자 계획이 미국 내 고용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다만 기자간담회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더 호혜적인 관계로 개선되고 발전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또 함께 협의할 문제”라고 말해 추가 협의에 응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
사드는 ‘사이드 의제’ 전망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반도 배치 문제는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제기된다면 문 대통령은 ‘국내의 민주적·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과 함께 동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향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 해법을 모색하자는 정도로 논의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