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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동북아 평화위기 진정시킬 ‘한국만의 지렛대’ 찾아라

등록 2017-05-10 22:08수정 2017-05-10 22:28

새로운 나라, 개혁 틀 짜자
(1) 외교·안보

한국 사면초가
북핵 거침없는데 남북관계 차단
한미동맹 삐걱대고 일본 냉랭
미-중 ‘코리아패싱’ 징후까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상황 냉혹

남북관계 숨통 터 ‘주춧돌’
주변국 민족주의 맞서려면
한국이 ‘피스 메이킹’ 주도
“트럼프와 고차방정식 협상 필요”
“남북·북미·6자 동시 가동” 의견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상이군인들이 근무하는 낙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북한은 상이군인을 ‘영예군인’이라 부르며 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상이군인들이 근무하는 생산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상이군인들이 근무하는 낙랑영예군인수지일용품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이 공장을 둘러보는 모습. 북한은 상이군인을 ‘영예군인’이라 부르며 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상이군인들이 근무하는 생산 현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신문 연합뉴스
10일 시동을 건 문재인 정부 앞에 놓인 난제 가운데는 ‘사면초가’ 신세에 빠진 한국의 외교·안보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남북 관계는 완벽하게 차단됐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한층 고도화했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인 한·미 동맹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두고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일본과는 각각 사드와 위안부합의·소녀상 문제로 냉랭한 가운데 관계 복원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엄혹한 외교·안보 환경 속에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이 난관을 헤쳐나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동북아 평화 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바련하겠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도 그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해 외교·안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담대한 한반도 비핵화평화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주장했던 ‘북한의 선 행동론’ 대신 북한과 미국 등 관련 당사국들의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도 이 구상에 포함됐다. 문 대통령이 이날 “필요하다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말한 것은, 대통령이 직접 이 과정을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장 모든 관계가 단절된 북한과의 협의도, 섣불리 나서기엔 위험 부담이 큰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의도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는 “새 정부 외교·안보는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어떻게 조율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문 교수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외교가 실패한 이유는 한·미 동맹을 제일 위에 두고 남북 및 한·중 관계를 그 아래 예속적으로 놨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의 사유와 행동의 폭을 제한했다”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중심에 두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지렛대 삼아 현재의 외교·안보 난국을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에 대한 문제인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 정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틈을 타, 미·중이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는 모양새에 대한 우려에 탓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시진핑·아베·푸틴 등 주변국가들은 다 ‘스트롱맨’이다. 이들이 내세우는 강력한 대외 민족주의에 맞서려면, 우리가 나서 ‘피스 메이킹’을 해야 한다. 현재 전무한 외교의 레버리지(지렛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공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 대북 압박·제재 국면을 이어가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방안이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도 “북핵 문제와 관련해 미·중 간 공조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남북관계 위주 사고에 몰입하면 국제공조를 깰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5차 핵실험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강력한 제재·압박을 당하고 있다. 한국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해도 유엔안보리 결의 등에 저촉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정의당의 외교안보정책을 이끄는 김종대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대화, 북미대화, 6자회담 3개 축을 동시에 가동해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춧돌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소통은 북핵 문제 뿐 아니라 뜨거운 현안으로 떠오른 사드와 자유무역협정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로 인해 한·미 관계의 재정립이 예고된 데다, 문 대통령의 ‘대응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준형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치열한 고차방정식의 협상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사드, 방위비분담금, 에프티에이를 엮어서 공격하듯 우리도 어떻게 연계해 패키지 외교를 펼칠 것인지 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는 사드 문제를 풀어야만 한다. 김흥규 소장은 “사드의 경우 미·중 간에 상대적인 민감성이 약화된 것으로 보이며, 중국이 동북아에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명시적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은 만큼, 미국과 중국 모두의 체면을 살리는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위안부합의 재협상 의사를 밝힌 문재인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일본 정부와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 모든 것에 더해 문재인 정부가 한반도 위기 극복을 위해 제시한 남북관계 개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균형 외교를 펼치려면 국내 보수 세력의 반발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초당적 협력을 당부해야 한다”고, 김준형 교수는 “광화문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만큼 국민을 믿고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국민의 힘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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