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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외교안보 컨트롤타워 재정비해야”

등록 2017-05-10 22:15수정 2017-05-10 22:29

박근혜, 청와대 국가안보실 신설
세 갈래 나뉜 옥상옥 구조 운용
노무현은 NSC 사무처 통해 조율
“직무 중심 미국 NSC 참고할만”
정권 인수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운신의 폭이 좁다. 당분간 전임 정권의 내각이 새 정부와 함께 할 수밖에 없는데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조직과 구성을 그대로 물려받아야 할 처지다. 외교·안보 분야 역시 한동안 기존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내용을 채워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비서실·국가안보실·경호실 등 ‘3실 체제’다. 2013년 3월 제정된 대통령령 제24427호는 국가안보실의 직무를 ‘국가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안보실 신설 이유에 대해 “중·장기적 안보 전략과 국가위기 상황에서 위기관리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엔에스시) 사무처가 맡았던 임무다.

엔에스시는 헌법 91조에 따라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국무회의의 심의에 앞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해” 설치된 헌법 기구다. 노무현 정부는 엔에스시 사무처를 상설화해 명실상부한 ‘외교·안보의 컨트롤타워’ 구실을 맡겼다. 참여정부 엔에스시 출신인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통일·국방·외교부와 국정원이 각각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다 보면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안보 현안에 대한 정부 내부의 서로 다른 기능을 엔에스시 사무처를 통해 조정·조율해 최종 정책을 만들어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쪽은 ‘엔에스시 사무처가 정책조정 업무를 주도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라고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었다. 자문기구인 엔에스시의 사무처는 문서 수발과 회의 연락 등 사무기능만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엔에스시를 비상설 기구로 바꾸고, 사무처는 아예 없애버렸다.

박근혜 정부의 국가안보실과 노무현 정부의 엔에스시 사무처는 몇가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박근혜 정부에선 국가안보실 외에도 비서실에 “현안 업무를 중심으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점검하는 등 대통령의 국가안보정책을 보좌”하는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따로 두고 있다. 그 아래로 국방·외교·통일비서관이 있으며, 보고는 비서실장에게 한다. 여기에 엔에스시 사무처 조직까지 슬그머니 부활시키면서, 외교·안보 관련 업무가 세갈래로 나뉜 꼴이 됐다.

제도적 보완장치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안보실 2차장을 외교안보수석이 겸직하도록 하는 연결고리 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조정·안보전략·정보융합·위기관리 등 직무영역별 비서관은 안보실 1차장 휘하에, 국방·통일·외교 등 부처별 비서관은 2차장 휘하에 두게 되면서 비슷한 업무를 맡은 비서관 수만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인수위 없이 곧바로 집권했기 때문에 안보실장과 외교안보수석 등 옥상옥이 있더라도 단기적으론 기존 체제를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부처 중심 체제를 벗어나 직무 영역별 체제를 축으로 하는 미국식 엔에스시를 모델로 외교·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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