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2·28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단체에 소속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화해·치유재단’(재단) 사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는 피해자 할머니들이 재단 사업에 참여한 사실이 공개되길 꺼려한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공개적 언급을 피해왔다. 해당 단체는 ‘정부가 의사 표현이 힘든 할머니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장관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안부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서른네분 중에는 합의를 반대하는 단체에 소속해 거주하는 할머니 다섯분도 계시다”며 “(할머니들이) 자발적으로 재단을 찾아와서 합의를 평가하고 ‘재단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어려운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재단 사업이란 12·28 합의 이행의 일환으로 일본 정부가 거출한 10억엔을 피해 할머니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는 것이다. 정부는 위안부 합의 당시 생존 피해자 46명 중 34명의 할머니가 재단 사업에 긍정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등 일부 할머니는 “위로금을 받고 우리를 팔아먹은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윤 장관의 발언에 앞서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이 문제(위안부)를 돈의 문제로 전락시키고 끝내자고 했기 때문에 할머니와 국내의 상처는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고 짚었다. 이어 원 의원은 최근 불거진 재단의 ‘현금 지급 강행’ 의혹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평소 차분한 태도와 달리 강경한 어조로 의원들의 비판에 반박하던 윤 장관은 원 의원의 지적이 이어지자 ‘단체 소속’ 할머니들을 언급했다. 정부가 재단 사업에 참가 의사를 밝힌 할머니들의 ‘소속’ 혹은 ‘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관계자들은 앞서 “재단 사업에서 중요한 건 피해 할머니들의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이기 때문에, 외교부가 언급을 자제하고 있는 게 많다”고 밝혀왔다.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정부와 재단이) 의사 표현이 힘든 할머니들만 자식들과 따로 접촉해 만난 것”이라며 반발했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윤 장관의 발언은 할머니들 간에 반목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다. 평균 90살이 넘은 할머니들이 자기 목소리로 표현 못하는 처지를 이용해서 옳고 그름의 문제를 돈을 받고 안받고의 문제로 몰아가려고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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