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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첫 단추 잘못 끼운 정부 ‘진퇴양난’

등록 2017-01-06 21:54수정 2017-01-07 01:20

“소녀상 철거” 일본 요구에 곤혹
전문가 “정부 일 아니다 맞서야”
부산 일본영사관 근처 인도에 새로 설치(12월30일)된 ‘평화의 소녀상’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응이 빠르고 격하다. 박근혜 정부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내몰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정부의 12·28 합의를 ‘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다짐해온 터라, 일본 정부의 압박을 마냥 외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이후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거대한 촛불민심을 고려할 때,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12·28 합의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는 중대 국면이다.

6일 일본 정부가 주한대사 본국 일시 귀국 등 다양한 압박 카드를 쏟아낸 것은, ‘공’을 한국 정부 쪽으로 넘기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마땅히 없어 보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날 오후 나가미네 야스마사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만났지만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면담’ 뒤 외교부는 “윤 장관과 나가미네 대사는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한-일 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격한 대응은, 그들 나름으로는 12·28 합의에 근거를 두고 있다. 12·28 합의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가능한 대응 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한 일본대사관 소녀상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산영사관 근처에 소녀상이 추가 설치됐으니, 일본으로선 한국 정부가 ‘합의를 깼다’고 인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앞서 외교부는 부산 일본영사관에 소녀상이 설치된 지난달 30일 밤, “외교공관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만큼, 정부와 해당 지자체·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녀상을 영사관 앞이 아닌 다른 장소에 설치하면 좋겠다는 뜻이다. 실제 외교부 당국자는 “(소녀상 문제는 정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에서 바뀐 건 없다”면서도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는 빈 협약(외교관계에 관한 국제협약) 위반 소지가 있으니, 공원 같은 곳에 모시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권혁태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는 “일본 쪽은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 등이 벌어지면, 출판사와 학자 등 민간 차원의 일로 정부가 간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식으로 빠져나간다”며 “정부도 소녀상 문제는 민간의 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환 조기원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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