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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12·28 합의 이행…뻣뻣한 일본, 옹색한 한국

등록 2016-10-04 16:28수정 2016-10-04 20:15

사죄 편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아베에, 한국 외교부 “…”
외교부 대변인 “언급 자제” “일본과 협력” 되뇌며 논평 회피
10억엔 성격 규정, 소녀상 철거·이전 관련 엉거주춤 태도 되풀이
지난 8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4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 8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4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아베 총리의 관련 발언, 특히 구체적 표현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한테 사죄 편지를 보내는 문제는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3일 중의원 발언과 관련해 논평을 요구받은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4일 내외신 브리핑에서 녹음기를 돌리듯 반복한 답변이다. 조 대변인은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합의의 정신과 취지를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자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마음의 상처 치유가 조속히 이뤄지도록 일본 쪽과 계속 협력해나가고자 한다”면서도,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한 직접적 논평은 극구 피했다.

이날 브리핑에 참여한 한·일 양국의 기자들이 던진 16개의 질문 가운데 12개가 아베 총리의 전날 발언과 관련된 것인데, 조 대변인은 “언급 자제”와 “12·28 합의 정신·취지 존중, 일본과 협력”이라는 답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궁색한 언급 회피다.

사실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 얘기를 먼저 꺼낸 쪽은 한국이다. 12·28 합의 이행을 위한 기구로 한국 정부 주도로 설립된 ‘화해·치유 재단’의 김태현 이사장은 9월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 때 증인으로 나와 재단 차원에서 아베 총리의 사죄 편지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이를 받아, 조 대변인은 9월29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일본 쪽이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래는 추가적인 감성적 조처를 취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한국 쪽의 이런 움직임을 겨냥해 “(사죄 편지는) 합의 밖에 있는 것”이라고 일축한 셈이다. 12·28 합의 이행을 둘러싼 ‘뻣뻣한 일본, 옹색한 한국’ 구도는 새삼스럽지 않다. 일본 정부가 화해·치유 재단에 내놓은 10억엔의 성격을 두고도 일본 정부는 “배상금이나 보상금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선을 긋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10억엔의 성격 규정을 극구 피해왔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철거·이전을 요구하는 일본 쪽에 엉거주춤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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