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증인 심문이 끝난 뒤 김복동 할머니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말 더 해도 될까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가 국회의원들한테 물었다.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18층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장. 한-일 정부의 12·28 합의와 관련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할머니는,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말을 이었다. “열다섯에 (위안부로) 끌려 갔는데 집에 돌아오니 스물두살이었다. 나이 찼다고 시집을 가라더라. 할 수 없이 어머니한테 말했다. 시집갈 수 없다고. 사실은 공장에 다녀온 게 아니라고. 다 망가진 몸으로 시집가서 누구 신세를 망치겠냐고. 어머니가 심화병으로 돌아가셨다.”
김 할머니는 “자기 자식이 끌려가도 이런 합의를 할 수 있나? 우리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할 때까지 국민과 손잡고 싸우겠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동네 (통)반장도 못할 일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할 거면 정부가 손을 떼고, (화해·치유) 재단도 폐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28 합의 이후 국회가 정부 쪽 합의·이행 주체와 위안부 피해 당사자를 출석시켜 증언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거출금’으로 내놓은 10억엔의 성격,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비’(소녀상) 철거·이전 여부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증인으로 나온 이상덕 주싱가포르대사(합의 당시 외교부 동북아국장)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일본 총리의 사죄·반성의 이행 조처”이라면서도, 일본 정부가 ‘배상·보상금이 아니다’라고 하는 것에 대한 견해 표명은 애써 피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김태현 ‘화해·치유 재단’ 이사장은 “배상금적 성격을 띤 치유금”이라고 답했다. 윤 장관 등 외교부는 10억엔의 성격을 직접 규정하기를 끝내 거부했다.
소녀상 철거·이전 여부에 대해 이 대사는 “소녀상 문제는 민간이 설치하고 지자체가 인허가해 (중앙)정부가 관여하기 어려운 사안이라 (12·28 합의의)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소녀상 철거는 일본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10억엔과 소녀상 문제가 연계된다면 재단 이사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10억엔으로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나면 18억원 정도가 남을 텐데 이 돈으로는 (재단 차원의 추가 사업이) 도저히 안 된다”며 “추모와 미래세대에 교훈을 남기는 큰 사업은 정부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