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지난 2015년 12월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국-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 이행 기구인 ‘화해·치유 재단’(재단) 출범에 따라, 후속 논의를 위한 국장급 협의를 8월 둘째주에 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29일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 한국은 일본 정부의 10억엔 조기 출연에, 일본 쪽은 재단의 사업 내용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전제하지 않도록 하는 데 협의의 초점을 맞추리라 전망된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25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계기에 양자회담을 열어 “(12·28)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계속 협력”하기로 하고 “재단의 원활한 사업 실시를 위한” 국장급 협의 등에 공감했다. 협의 필요성을 먼저 제기한 쪽은 일본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한-일 정부가 ‘같은 이불을 덮고 다른 꿈을 꾼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10억엔 조기 출연을 이끌어내, 12·28 합의 이행과 재단 사업 시행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다. 정부가 ‘8월 둘째주 국장급 협의’를 추진하는 데에는, 8월15일 광복절 이전에 10억엔 출연과 재단 사업의 가닥을 잡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부는 8월초 재단 2차 이사회를 열어 재단 사업 내용을 ‘잠정 결정’한 뒤 이를 토대로 일본과 국장급 협의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반면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10억엔 출연 시점과 사업 내용 협의를 연계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시다 외상은 28일 뉴욕에서 “양국 정부가 (재단) 사업 내용을 조정하고 있다”며 “그 (국장급 협의 등) 결과에 따라 (10억엔) 지출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내용 협의에 진전이 없으면 10억엔 출연을 미루겠다는 얘기다. 이는 “(10억엔이) 배상금으로 받아들여지면 ‘과거 (1965년 한-일) 협정과 모순된다’”는 일본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29일 <아사히신문>)이 시사하듯, 재단 사업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전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되도록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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