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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윤병세 장관 비겁하거나 오만하거나

등록 2016-01-03 21:01수정 2016-01-04 15:05

현장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정부의 12·28 합의 이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과 행동이 점입가경이다. 합의 전후 윤 장관의 말바꾸기와 식언, 비겁한 게 아니라면 오만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행동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첫째, 말바꾸기와 식언. 윤 장관은 12월3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12·28 합의를 “우리 측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킨 결과”라고 자찬했다. 이런 평가엔 “현실적 제약 속에서”라는 단서가 달렸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법 모색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공식 방침인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잣대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이 기준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월2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한테 직접 강조했을뿐더러, 윤 장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그러나 윤 장관은 12·28 합의 이후 단 한번도 이 방침을 언급한 적이 없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따위는 윤 장관의 관심사가 아닌 듯하다. “전부 무시하겠다”(이용수)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의 비판에도 귀를 닫는다.

둘째, 비겁하거나 오만하거나. 윤 장관은 12·28 합의 다음날인 12월29일 서울 마포구 정대협 사무실에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을,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무는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을 보냈다. 두 차관이 “당신, 어느 나라 외교부 소속이냐”며 할머니들의 질책에 시달릴 때, 윤 장관은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만나고 있었다. 윤 장관은 12월31일엔 새누리당 의총에 참석해 12·28 합의 경과를 브리핑했다.

이렇듯 윤 장관은 12·28 합의 이전은 물론 합의 뒤에도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현재로선 윤 장관과 할머니들의 면담 일정이 잡힌 게 없다”고 말했다. 임명된 지 두 달밖에 안 된 외교부 1차관을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뒤로 숨는 태도에선 ‘비겁’이, 할머니들의 아우성을 무시·외면하는 태도에선 ‘오만’이 느껴진다면 지나친가?

이제훈 기자
이제훈 기자
윤 장관은 4일로 장관 재임 1030일을 맞는다. 역대 정부 외교장관 가운데 최장수인 박정희 정부 시절 박동진 장관(4년9개월)엔 미치지 못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반기문 장관의 1029일을 넘어 ‘최장수 2위’에 올라선다. 윤 장관이 이제라도 할머니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할머니들이 한국 외교장관을 두고 일본 외상한테 이 문제를 하소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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