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류은숙씨가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는 내용을 적은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위안부 합의 후폭풍 확산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기로 한 재단 설립 문제와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철거·이전 논란이 한-일 외교장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12·28 합의’ 이행을 가로막을 ‘딜 브레이커’(deal breaker)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부수적 곁가지’로 치부해온 소녀상 철거·이전 논란이 한-일 양국 정부 사이에, 또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에 뜨거운 대치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소녀상은 “(24년째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211회에 걸쳐 매주 진행된) 수요시위의 정신을 기리는 산역사의 상징”(28일 정대협 성명)이지만, 일본 쪽에선 이를 ‘눈엣가시’로 여겨 철거·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10억엔 지급과 맞교환설’
정부 부인에도 일본은 집착
국내 여론은 “절대 이전 불가” 위안부 재단 설립도 불투명
‘최종적 해결’ 백지화될 수도 “소녀상을 이전하는 게 재단에 돈을 거출(출연)하는 전제로 돼 있다는 것을 한국(정부)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보도(30일 <아사히신문>)로 파문이 확산되자 한국 정부가 “전혀 사실무근, 터무니없는 날조”(30일 밤 외교부)라며 급히 진화에 나선 모습 자체가 이 사안의 민감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한국 외교부의 공식 부인 이후에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녀상) 철거를 기금 출연의 조건으로 삼은 것은 아베 총리의 강한 의향이 반영된 것”(30일 밤 <교도통신>)이라거나 “(28일) 회담 직전까지 조정이 계속된 ‘최후의 항목’이 소녀상 문제”(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라는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논란은 한국 정부의 권한 사항이 아닌 소녀상 문제가 이례적으로 12·28 합의에 포함된 탓이 크다. 한국 정부가 소녀상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12·28 합의의 문구는, 그 표현의 모호성에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을 ‘외교적 수사’로 포장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민 가운데 3명에 2명꼴로 소녀상 이전에 반대하며 20대의 반대 의견이 86.8%(찬성 4.1%)에 이르는 등 젊을수록 반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30일 리얼미터 조사). 한국 정부로선 일본 정부와 한국 시민사회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소녀상 문제가 12·28 합의에 대한 한국 사회의 ‘국민적 비준·동의’ 여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예산 10억엔(97억원)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상처 치유 사업을 벌이기로 한 재단 설립 방안도 강력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나라 안팎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온 핵심 주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재단 참여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대협은 31일 10억엔에 상당하는 100억원을 시민 모금으로 조성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민간 재단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대협이 재단 참여를 거부하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정상적으로 출범시킬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일본 쪽은 “한국 쪽이 재단을 만드는 게 첫걸음이다. 그게 없다면 사업은 진행되지 않는다”(28일 외무성 동북아과장)는 태도다. 재단이 출범한 뒤에야 10억엔을 출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단 출범과 관련 사업의 “착실한 실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전제로 한 한-일 양국 정부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도 불가능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정부 부인에도 일본은 집착
국내 여론은 “절대 이전 불가” 위안부 재단 설립도 불투명
‘최종적 해결’ 백지화될 수도 “소녀상을 이전하는 게 재단에 돈을 거출(출연)하는 전제로 돼 있다는 것을 한국(정부)도 내부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보도(30일 <아사히신문>)로 파문이 확산되자 한국 정부가 “전혀 사실무근, 터무니없는 날조”(30일 밤 외교부)라며 급히 진화에 나선 모습 자체가 이 사안의 민감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한국 외교부의 공식 부인 이후에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소녀상) 철거를 기금 출연의 조건으로 삼은 것은 아베 총리의 강한 의향이 반영된 것”(30일 밤 <교도통신>)이라거나 “(28일) 회담 직전까지 조정이 계속된 ‘최후의 항목’이 소녀상 문제”(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라는 등의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논란은 한국 정부의 권한 사항이 아닌 소녀상 문제가 이례적으로 12·28 합의에 포함된 탓이 크다. 한국 정부가 소녀상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우려’를 “인지”하고, “관련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12·28 합의의 문구는, 그 표현의 모호성에도, ‘일본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을 ‘외교적 수사’로 포장한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민 가운데 3명에 2명꼴로 소녀상 이전에 반대하며 20대의 반대 의견이 86.8%(찬성 4.1%)에 이르는 등 젊을수록 반대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30일 리얼미터 조사). 한국 정부로선 일본 정부와 한국 시민사회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처지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소녀상 문제가 12·28 합의에 대한 한국 사회의 ‘국민적 비준·동의’ 여부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로 자리잡는 흐름이다. 한국 정부가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예산 10억엔(97억원)을 출연해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상처 치유 사업을 벌이기로 한 재단 설립 방안도 강력한 장벽에 가로막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나라 안팎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온 핵심 주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재단 참여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이다. 정대협은 31일 10억엔에 상당하는 100억원을 시민 모금으로 조성해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민간 재단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정대협이 재단 참여를 거부하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정상적으로 출범시킬 방법이 사실상 없다. 그러나 일본 쪽은 “한국 쪽이 재단을 만드는 게 첫걸음이다. 그게 없다면 사업은 진행되지 않는다”(28일 외무성 동북아과장)는 태도다. 재단이 출범한 뒤에야 10억엔을 출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단 출범과 관련 사업의 “착실한 실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전제로 한 한-일 양국 정부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도 불가능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