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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위안부 할머니들 “당신, 어느 나라 외교부 소속이냐” 격분

등록 2015-12-29 19:53수정 2015-12-29 22:06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29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정부의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29일 오후 경기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정부의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기에 앞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광주/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외교 1, 2차관 정대협 쉼터·나눔의집 찾아
“우릴 두번 죽이러 왔나? 회담하기 전에 먼저 피해자를 만나야 할 것 아닌가.”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구걸하지 말고 협상 다시 해라. 인정 못 한다.”

29일, 외교부 임성남 1차관과 조태열 2차관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쉼터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들을 맞이한 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격한 분노’였다.

정대협 쉼터

“소녀상 왜 정부가 들먹이나
구걸 말고 협상 다시 해라”
임성남 차관 “2막의 시작일 수 있다”

나눔의집

“법적 배상 필요한데 그게 없다
정부가 할머니들을 팔아 먹어”
조태열 차관 “코끼리 전체를 봐주셔야”

이날 오후, 임 차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 3명을 만나기 위해 정대협 쉼터로 들어서자 소파에 앉아 있던 이용수(87) 할머니가 벌떡 일어났다. “당신은 어느 나라 소속이냐, 외교부는 어느 나라 외교부냐, 이런 협상을 한다고 미리 알려줘야 할 거 아니냐.” 할머니의 호통에는 울먹임이 섞여 있었다. 옆에 있던 김복동(89) 할머니도 “일본이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하기 전에는 타결된 게 아닌데 뭐가 타결됐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김 할머니는 특히 “국민이 한푼 두푼 모아서 역사의 증거물로 일본대사관 앞에 세워놓은 소녀상을 그대로 둬야지 정부가 왜 (옮긴다고) 들먹이냐”고 말했다. 임 차관은 이용수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 소파에 앉도록 권한 뒤, 소파 아래 할머니들 발치에 앉아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비슷한 시각, 나눔의 집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벌어졌다. 조 차관은 나눔의 집에 머물고 있는 할머니 10명 가운데 6명을 만나 “할머니들이 만족스러워하지 못한다는 것은 알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거듭 설명했다. 하지만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던 할머니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조 차관이 말을 마치자 유희남(88)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려면 법적인 배상이 필요한데 그것이 없지 않으냐. 대통령이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고 반박했고, 김군자(90) 할머니는 “정부끼리 한 합의는 인정 못 한다. 죽기 전에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피해자가 없는 합의와 법적 배상이 빠진 이번 합의를 할머니들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두 차관은 “(회담 내용 등을) 미리 말씀 못 드려 송구스럽고 오늘 야단맞기 위해 왔다”(임 차관)며 한껏 몸을 낮추면서도, “할머니들이 코끼리 다리만 보시지만 말고 코끼리 전체를 봐주셔야 한다”(조 차관)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고 한데다, 아베 신조 총리가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시했고,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을 살려드리기 위한 재단을 만드는 알맹이를 만들어냈다”고 회담의 성과를 강조한 것이다. 임 차관은 “이것은 1막의 끝이고 2막의 시작일 수 있다”고 할머니들을 설득했다. 이어진 비공개 자리에선 향후 재단 설립·운영 등 후속 조처에서 할머니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설명했다.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는 “이제 시작이라고 뭐가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을 했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이날 면담 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추모공원에서 헌화와 분향을 하려 했지만, “할머니들의 분노가 큰 만큼 그냥 돌아가시라”는 안 소장의 말을 듣고 나눔의 집을 서둘러 떠나야 했다.

한편 정대협, 참여연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들이 수십년간 요구한 국가적·법적 사죄와 배상을 완전히 도외시한 것은 물론, 국제적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한 것”이라며 회담 결과의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일본 외무상이 대신 발표한 아베 총리의 입장은 오래전 고노 담화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법적 책임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규남 박태우 기자, 광주/김기성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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