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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전략 부재·소통 실종…‘국민 납득할 수준 합의’ 약속 팽개쳐

등록 2015-12-29 19:49수정 2015-12-30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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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도 명분도 ‘총체적 부실’

‘초강경’ 공언하다 타협 급선회
‘연내 타결’ 집착에 주도권 잃어
“박대통령, 아베에 되치기 당해”  

아베, 기시다 방한 밀어붙이는데
정부, 회담 사실조차 뒤늦게 공표
일 언론 보도엔 “억측” 발뺌 일관 
피해자 입장 배제, 성과홍보 급급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연내 타결을 압박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한테 되치기를 당했다. 박 대통령이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28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전직 고위 인사가 29일 <한겨레>에 내놓은 총평이다.

이번 협상은 내용도 문제지만 절차와 형식에서도 숱한 허점을 드러냈다. 냉온탕을 오간 정책 기조의 급선회와 협상전략의 부재에 따른 주도권 상실, 당사자들과의 소통 부재 등 전방위적이다. 이번 합의는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11월2일 정상회담에서 ‘연내’를 시한으로 제시하며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2013년 3·1절 기념사)이라는 초강경 기조에서 올 6월 이후 갑자기 타협 쪽으로 급선회했다. 돌연한 ‘급변침’이 부른 어지럼증 탓인지, 박 대통령은 이후 협상의 주도권을 아베 총리한테 빼앗겼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1차 위안부 피해자 문제 관련 한-일 국장급 협의 뒤 정부 당국자가 “(다음 협의를) 올해 안에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지만, 24일 아베 총리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한테 연내 방한 협의를 지시한 것을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한 게 대표적이다.

24일 이후엔 일본 쪽이 분위기를 완전히 주도했다. 25일 오전 기시다 외상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장관 회담을 기정사실화하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근혜 정부는 25일 오후 4시에야 회담 개최 사실을 공표했다. 그 뒤로도 둑이 터진 듯 쏟아지는 일본 언론의 관련 보도에 “터무니없는 보도”, “추측·억측 보도”, “일본 우익의 희망사항을 받아쓰는 우리 언론이 문제”라는 등의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국에 기금을 설치하는 방안 검토, 한국 정부 소녀상 이전 검토”(26일 <요미우리신문>), “한국 정부가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확약 요구”(27·28일 <교도통신>) 등의 보도는 28일 회담 결과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박근혜 정부는 뒤늦게 ‘언론의 협조’를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불리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성과’로 꼽는 내용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28일 낮 외교부 고위관계자들은 언론사 정치부장단 등을 만나 진행한 비공개 설명회에서 이번 합의가 진전된 성과임을 극구 강조했다. ‘일본의 법적 책임을 인정받지 못한 상황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합의한 건 균형이 맞지 않는 너무 나간 것’이란 지적은 못 들은 체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피해자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합의’라는 박 대통령의 거듭된 공개 약속을 정부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29일에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머물고 있는 경기도 나눔의 집에 외교부 1·2차관을 보내 뒤늦게 관련 경과를 설명했다. 심지어 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비공개 설명회 자리에서 “우리 언론에서도 과연 어떤 것이 우리나라를 위해서, 또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 잘 생각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 단체의 예상되는 반발을 ‘외면’해달라는 요청과 다를 바 없는 말이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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