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정대협 대표 인터뷰
“피해자들 의사 반영 안된 합의
무효화 방법 법적으로 검토할 것”
“피해자들 의사 반영 안된 합의
무효화 방법 법적으로 검토할 것”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가 지난 25년간 쌓아온 운동의 성과를 정부가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표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와 관련해 29일 “이번 회담 결과가 피해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국제적으로 알리고, 회담 결과를 무효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90년 정대협 출범 초기부터 줄곧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함께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와 법적 책임 인정, 그에 따른 법적 배상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윤 대표는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정부에 대한 강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배상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단서 때문에, 지금까지 일제 강점하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 소송할 권리조차 박탈당했다”며 “우리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 분쟁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만큼, 정부가 이번에 제대로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두 나라가 위안부 문제 책임 인정을 두고 다른 소리를 하는 내용으로 ‘불가역적·최종적’으로 합의해버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회담 내용이나 과정에 대해 정대협과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무런 언질조차 받지 못한 점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윤 대표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국장급 협의를 10차례나 이어온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정부가 피해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믿어왔다”며 “한국 정부를 믿은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 공론화에 물꼬를 튼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당시를 떠올리며 “처음 증언했던 할머니들은 다 돌아가셔서 정부한테 ‘왜 협상을 그렇게 했느냐’고 따져 물을 수도 없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25년 동안 이어져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은 2010년 유엔 인권이사회 라시다 만주 여성폭력특별보고관이 “전쟁 시기 여성 범죄에 대한 배상운동에 있어서 가장 체계적이라고 충분히 입증된 운동”이라고 발표하는 등 국제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윤 대표는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평가를 받던 운동의 성과를 한국 정부가 무너뜨렸다”고 말했다. 또 그는 “국외의 연대단체들이 이번 회담 결과를 피해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오해하고 환영 코멘트를 보내고 있다”며 “이 합의가 피해자 동의 없이, 법적 책임 없이 이뤄진 사과라는 점을 알리고 합의 결과를 무효화할 수 있을지 법적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표는 정부의 합의 이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는 30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변함없이 개최하는 등 ‘투쟁’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한해의 마지막 수요집회는 그해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하는 추모제로 치러진다. 2015년에 숨진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9명으로 전체 238명의 피해자 가운데 생존 피해자는 46명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윤미향 정대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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