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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일, 위안부 법적책임 명시 않고 ‘최종적 해결’ 선언

등록 2015-12-28 21:37수정 2015-12-29 11:43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각자 발언하는 형식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과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각자 발언하는 형식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 방안과 관련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한-일 외교장관, 일 정부 책임인정·총리 사죄·10억엔 출연 합의
정부, 소녀상 이전 설득 공개표명…정대협 “외교적 담합” 반발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위안부 문제)의 해결 방안에 합의하고 합의 사항의 착실한 이행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성명을 발표해 “굴욕적이고 충격적인 외교적 담합”이라고 비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에서 15분 남짓 진행한 공동기자회견에서 각자 발언하는 형식으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을 투입한 위안부 문제 관련 한국 재단 설립,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상호 비난·비판 자제 등을 전제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맨 오른쪽) 할머니가 28일 오후 경기 광주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한-일 외교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며 손으로 가슴을 치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맨 오른쪽) 할머니가 28일 오후 경기 광주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에서 한-일 외교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을 텔레비전을 통해 지켜보며 손으로 가슴을 치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일 양국 정부의 이런 발표 내용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양국 정부가 상대 쪽에 요구해온 핵심 관심 사항을 맞교환하는 외교적 절충인 셈인데, 그 등가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책 사안이 아닌 역사적 사실을 두고 특정 정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을 선언한 것은 두고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의 진정성을 두고도 벌써 논란이 일 조짐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진행된 약식 기자회견에서 ‘사죄’와 ‘반성’은 입에 올리지 않은 채 “이 문제를 다음 세대에 결코 이어가게 해선 안 되니, ‘최종적 불가역적’인 해결을 (전후) 70년의 해에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외무상이 회견에서 밝힌 “아베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해 마음으로부터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회견에서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더구나 기시다 외무상이 회견에서 언급한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표현은 이른바 ‘사사에 안’이 제시한 ‘도의적 책임’에서 ‘도의적’이란 한정어를 떼어낸 것이지만, ‘법적 책임’ 인정을 명시한 것은 아니다. 위안소 문제에 관여한 주체로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라 적시하지 않고 ‘군’이라고만 표현한 문구도 일본 쪽의 해석 여하에 따라선 논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전시 일본 정부·군이 위안소 제도를 운영한 사실과 이런 사실이 전시에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반인도적 국가범죄임을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은 물론 유엔 등 국제사회의 인식을 회피·우회했다.

박근혜 정부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철거·이전하라는 일본 정부의 끈질긴 요구에 따라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 등 시민사회를 상대로 소녀상 이전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개 표명한 것도 후폭풍이 예상된다. 실제 기시다 외무상은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한국이 군위안부 관련 자료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반세기 남짓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 대 일본 정부 구도로 전개돼온 위안부 문제의 논의·갈등 구도가 자칫하면 한국 정부 대 한국 시민사회 구도로 악화할 위험도 상당하다. 정대협은 성명에서 “평화비(소녀상)는 그 어떤 합의의 조건이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일본 정부의 국가적 법적 책임 이행이 반드시 실현되도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함께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훈 최혜정 김미향 기자 nomad@hani.co.kr

▶위안부 할머니 “먼저 가신 할머니 볼 면목 없다”

▶“정부는 소녀상에 개입할 수 없어”

▶‘최종해결’ 한국정부 족쇄로…국제사회서 ‘위안부’ 거론 못할판

▶아베 “위안부 문제 다음세대에 물려줘선 안돼”

▶“일본정부 책임 명시는 진전…진상규명·직접 배상 빠져 문제”

▶강제징용 문제는 어쩌나?

▶정대협·시민사회 반발, 정부가 풀어야할 새 과제

▶박대통령 대국민메시지 “이번 합의 이해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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