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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백기’ 든 한국의 역사적 과오 되풀이…“한국, 너무 많이 내줬다”

등록 2015-12-28 21:27수정 2015-12-2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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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엇갈린 평가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를 두고 한-일 관계 전문가들의 평가는 사안별로 엇갈렸지만 부정적 기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무엇보다 이번 회담 합의를 ‘최종적·불가역적’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1965년 한·일 협정에 빗대 ‘백기 든 한국 정부의 역사적 과오 되풀이’(이나영 중앙대 교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다만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함’은 진일보한 표현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전반적으로는 일본 정부의 핵심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된 반면, 한국 정부의 그간 관심사항은 일부만 반영돼 박근혜 정부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에 “너무 많이 내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일 총리 사과엔 긍정적
“소녀상 해결 약속은 정부의 착각”
진상규명·직접 배상 빠져 문제

조세영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전 외교부 동북아국장)은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했다는 대목은 너무 나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우리 쪽 핵심 쟁점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고, 시대와 상황이 변할 텐데 이런 도장을 찍으면 과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일본학)도 “전체적으로 너무 양보한 상황에서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이라는 부분은 화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나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정부 합의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지 않고, 묻지도 않고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합의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평화비·소녀상) 철거·이전을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을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이나영 교수는 “소녀상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사유물이 아니다. 세계 시민들이 평화의 상징으로 돈을 모아 만든 것이다. 정부가 단체와 협의해 해결하겠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과 소녀상 언급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일본이 집요하게 요구해온 문제로 위안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위안부라는 본원적 문제가 해결되면 소녀상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 간 합의라는 것은 원래 되돌릴 수 없는 것인데도 ‘최종적’ 이런 걸 문안에 넣은 것이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양국 불신의 결과물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박철희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은 “이 부분은 아베 총리가 고집한 부분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이 고령화하며 문제 자체가 자연소멸할 수 있으므로 선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최종이라고 하는 입장을 표명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도 많았다.

조세영 소장은 “핵심 쟁점은 일본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우리 정부 견해인데, 철저하게 따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불가피한 타협이었다 해도 불균형한 결과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 양보인데 우리는 (최종적·소녀상 부분을 받아주는) 양보를 했는데 일본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이나영 교수는 “일본 정부의 책임이라는 부분이 법적 책임이라고 해석되려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해 한국 정부가 재단을 설립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다.

박철희 소장은 “과거 아시아여성기금은 일본 국민 성금과 정부 예산을 섞어, 책임을 물타기했다는 이유로 실패했다. 일본 정부 예산만으로 재단을 만들겠다고 했으므로 정부의 책임을 재정적 조처로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세영 소장은 “아시아여성기금이 실패한 것은 한국 피해자들의 공감대와 이해를 못 얻고 일시금 지급을 강행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돈은 많이 낸다고 하지만 재단을 만든다는 데 한국 쪽 피해자들의 공감대가 얼마나 있는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책임 주체로 ‘일본 정부’가 처음 명시되고 망언을 일삼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반성을 표명한 데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원덕 소장은 “일본 정부가 책임을 통감한다는 표현에서 법적이란 표현은 안 썼지만, 내각총리대신이 사죄의 주체이므로 정부가 사과한 걸로 봐야 한다. 아베 총리는 역사인식 문제에서 낙제점이었는데 70점까지 왔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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