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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서두르는 한·일…“위안부 창의적 해법 모색”

등록 2015-12-27 21:28수정 2015-12-29 18:35

마주보는 소녀와 소년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평화비(소녀상)를 찾은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남승현 어린이가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의 남산 이전 방안 등을 보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마주보는 소녀와 소년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워져 있는 평화비(소녀상)를 찾은 경북 포항제철지곡초등학교 남승현 어린이가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의 남산 이전 방안 등을 보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오늘 양국 외교장관 회담

일 ‘법적 책임’ 명시 않고
책임 통감·사죄 등 언급
‘중간 지점’ 타결 가능성
피해자 할머니 반발할듯
박근혜 정부와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28일 서울에서 열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의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및 피해자 명예회복, 배상·보상 문제 등과 관련해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하기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1억엔 규모의 피해자 지원 기금을 조성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사과 편지’를 써서 주한일본대사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방문해 이를 전하며 사과하는 방안 등이 핵심 내용으로 보인다. 이는 피해자 할머니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요구안에 훨씬 못 미치는 방안이어서 시민사회 쪽의 반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라”고 지시한 이후 각종 공개·비공개 협의를 통해 관련 논의가 ‘최종 타결’을 향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24일 아베 총리가 기시다 외무상의 연내 방한을 지시한 것을 계기로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27일 서울에서 열린 제12차 한-일 위안부 문제 관련 국장급 협의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양국 정부가 28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보다는 핵심 쟁점과 관련해 양쪽의 견해차를 좁히는 ‘창의적 해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수준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인다.

두 나라 정부는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법 모색 과정에서 크게 보아 두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왔다. 첫째,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다. 둘째,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 조처 이행 방안이다. 아울러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평화비(일명 ‘소녀상’)를 이전하라는 일본 쪽의 요구를 어찌 처리할지도 협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 문제는 다시 두 개의 쟁점으로 나뉜다. 첫째는 전시에 일본의 ‘위안소’ 설치·운영의 국제법 위반 여부다. 국제사회는 이미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의 보고 등을 통해 ‘일본군위안소는 국제법을 위반한 전시 성노예제’라는 견해를 거듭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일 양국 정부는 그간 협의에서 이 문제는 서로 거론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회하기로 이미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는 국제법을 위반한 중대 인권침해라는 사실과 책임을 일본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는 피해자 할머니와 정대협 등의 요구를 외면한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둘째, 1965년 한-일 협정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포함되느냐다. 일본 정부는 한-일 협정으로 ‘식민지배의 모든 법적 책임이 종결됐다’는 쪽이지만 한국 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태도다. 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명시하지는 않되, ‘책임 통감, 사죄’ 등의 언급과 함께 일본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피해자 지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회색지대(그레이존) 해법’인데, 실제 박근혜 정부가 이에 합의할 경우 피해자 할머니들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연구소장은 “여기까지 온 걸 보면 (일본 쪽 제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청와대의 결심이 선 것 같다”면서도 “(국내 여론의) 역풍이 거세면 (청와대가) 철회할 수도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피해자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를 위한 조처 이행 담보 방안을 두고도 양국 정부는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예산이 투입된 기금 조성과 아베 총리의 ‘사과 편지’가 핵심이다. ‘사과 편지’의 표현과 수위를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태도에 비춰, 피해자 할머니들이 바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흔히 ‘소녀상’으로 불리는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비’를 철거·이전하라는 일본 쪽 요구는 28일 외교장관 회담 결과 발표 때는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다. 기본적으로 한국 정부의 권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간 협상 과정에서 소녀상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왔고, 한국 정부는 ‘정부 권한 밖의 일’이라는 전제를 달아 ‘피해자들과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결 방안이 마련되면 이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태도로 대응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정부의 합의가 이뤄지면 한국 정부가 시민사회를 상대로 ‘설득’에 나설 여지를 닫지 않은 대응이다. 하지만 소녀상 철거·이전은 국내에서 ‘굴욕적 양보’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양국 정부의 관련 협상을 뒤흔들 막판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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