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익성향 매체 산케이 신문 인터넷판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비판하면서 박대통령을 일본 낭인들에 의해 암살된 명성황후에 비유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산케이의 노구치 히로유키 정치부 전문위원이 쓴 문제의 칼럼을 캡처한 것이다. 연합뉴스.
인터넷판 칼럼 “한국의 미-중 양다리는 사대주의 DNA” 주장
외교부 “후안무치한 주장…논평 가치도 없어” 재발 방지 촉구
외교부 “후안무치한 주장…논평 가치도 없어” 재발 방지 촉구
박근혜 대통령을 명성황후에 빗대며 한국 외교를 ‘사대주의’로 비하한 일본 <산케이신문>의 인터넷판 칼럼에 대해, 정부가 삭제 및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언론사에 대한 기사 삭제 및 재발 방지 요구는 주일대사관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역사 왜곡과 역사 수정주의의 DNA를 갖고 과거사에 대해서 후안무치한 주장을 일삼는 일본 내 특정 인사와 이와 관련된 언론사의 터무니 없는 기사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논평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이 지칭한 ‘특정 인사’는 <산케이신문>의 노구치 히로유키 정치부 전문위원이다. 노구치 전문위원은 전날 인터넷판에 쓴 ‘미-중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한 나쁜 유산’이란 칼럼에서, 한국 정부의 외교 DNA가 청나라, 일본, 러시아 등 외세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했던 구한말 조선으로부터 전해진 ‘사대주의’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씨조선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다”며 박 대통령을 명성황후(글에서는 ‘민비’로 지칭)에 빗대고 시해 사건(글에서는 ‘암살’로 표현)까지 언급하면서도, 시해 용의자들이 일본인이란 부분은 언급하지 않았다. 글 말미에선 “한국군은 전승절 열병식 참가는 미룬 듯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조선 출병 당시 명군의 일익으로 행군한 조선군과 같은 사대주의 ‘족자’(광경)를 볼 수 없는 게 좀 아쉽다”고 비아냥댔다.
<산케이신문>은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당해 기소 및 출국금지 조처를 받은 바 있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해온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 4월 출국금지가 해제되면서 일본으로 귀국했으나, 공판 때마다 서울에 와서 재판을 받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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