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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일 ‘경 항공모함’ 너머로 미 첨단 이지스함 집결

등록 2015-08-09 21:47수정 2015-08-10 08:51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선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을 함께 볼 수 있다. 앞쪽에 보이는 것은 일본의 이지스함 기리시마(DDG-174), 그리고 뒤쪽의 미 제7함대 시설 쪽에 정박해 있는 것은 미군의 이지스함 매캠벨(DDG-85)이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선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을 함께 볼 수 있다. 앞쪽에 보이는 것은 일본의 이지스함 기리시마(DDG-174), 그리고 뒤쪽의 미 제7함대 시설 쪽에 정박해 있는 것은 미군의 이지스함 매캠벨(DDG-85)이다.
[광복·분단 70년 - 다시 쓰는 징비]
③미-일 동맹 심장부 요코스카항을 가다
지난달 6일, 장마철을 맞은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은 뿌연 비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도쿄역에서 제이아르(JR) 요코스카선을 타고 한시간 반을 달려, 일본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과 세계 최강의 함대로 불리는 미 제7함대가 공동으로 모항으로 쓰고 있는 요코스카항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일본이 자랑하는 초대형 호위함인 이즈모(함번 DDH-183), 그 너머엔 이지스함 기리시마(DDG-174)의 위용이 눈앞에 곧바로 다가왔다.

일 자위대·미 7함대 공동 모항
‘중국 견제’ 전력증강 가속도

미·일 양국의 핵심 해군 전력이 집중된 요코스카는 미-일 동맹의 심장부다. 지난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 때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아시아-태평양과 이 지역을 넘어서는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된 미-일 동맹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한겨레>는 지난달 6일과 14일 두 차례에 걸쳐 이곳을 취재했다.

요코스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함선은 지난 3월 말 해상자위대에 정식 취역한 거대 호위함 이즈모다. 길이 248m, 너비 38m, 기준 배수량 약 1만9500t에 달하는 이즈모는 해상자위대에서 가장 덩치가 큰 배다. 일본에서 이즈모가 정박할 수 있는 군항은 요코스카뿐이다.

최대 14기의 헬기(동시에 5기 이착륙 가능)를 적재할 수 있는 이즈모는 앞으로 대잠헬기인 시호크 SH-60K(자위대 44기 보유) 등을 싣고 적의 잠수함을 추적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즈모의 갑판에선 초계 헬기뿐 아니라, 미 해병대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인 오스프리(MV-22), 미국이 2017년까지 일본에 배치하겠다고 밝힌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도 이착륙할 수 있다. 자위대가 마음만 먹으면 이즈모에 미 해병대의 핵심 전력을 싣고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남중국해까지 나아가 사실상 항공모함처럼 작전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두번째 이즈모함 건조 작업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스함 증강·새 항모로 교체…미·일 ‘태평양 만리장성’ 쌓기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정박해 있다.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사령부는 미 제7함대 시설 쪽에 위치해 정박 지점도 자위대 부두 쪽이 아닌 미군 쪽으로 정해져 있다. 잠수함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선수 쪽에 있는 장치를 푸른색 천으로 싸놓은 점이 눈에 띈다.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일본 해상자위대 잠수함이 정박해 있다.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사령부는 미 제7함대 시설 쪽에 위치해 정박 지점도 자위대 부두 쪽이 아닌 미군 쪽으로 정해져 있다. 잠수함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선수 쪽에 있는 장치를 푸른색 천으로 싸놓은 점이 눈에 띈다.
이즈모로 대표되는 일본의 해상 군사력 강화는 미-일 동맹의 활동 반경을 크게 넓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정권이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이어 현재 일본 각계 시민들의 반대에도 안보 법제 제정·개정을 완료하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전까지는 자위대가 미군을 돕는 것은 일본 ‘주변사태’, 즉 한반도와 대만에서 전쟁이 터질 경우, 직접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미군에 대한 병참 ‘후방지원’만 하게 돼 있었다. 현행 주변사태법을 보면, 자위대는 “일본의 영역 또는 현재 전투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또 그곳에서 활동하는 동안 전투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일본 주변 공해”라고 정의된 ‘비전투지역’(후방지역)에서만 작전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군의 군사행동에 직접 개입할 수 없도록 아예 ‘탄약의 보급’과 ‘발진 중인 전투기에 대한 급유’는 금지해 왔다.

일 초대형 호위함 이즈모
대잠헬기 싣고 잠수함 추적 임무
여기에 수직 이착륙 스텔스기 싣고
남중국해로 나가면 항모급 작전

미 해군 전력도 대폭 강화
일 언론 “1992년 뒤 처음 있는 일”
2017년 이지스함 12척으로 늘어
올 하반기엔 항공모함도 교체

그러나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중요영향사태법(주변사태법의 후속법)을 보면, 비전투지역이 “현재 전투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현장”으로 크게 완화돼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크게 넓혔고, 그동안 금지해 왔던 탄약의 보급과 발진 준비 중 전투기에 대한 급유도 할 수 있도록 길을 텄다. 아베 정권이 목표로 해온 ‘미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울 수 있는 일본 자위대’를 향한 제도적 정비가 사실상 거의 마무리 단계에 온 것이다.

미-일 동맹 강화에 맞춰 요코스카항의 미군 이지스함 전력도 획기적으로 증강되고 있다.

기자가 탄 배가 요코스카항 중앙을 향해 나아가자 오른쪽으로 미 제7함대의 사용 구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요코스카항의 서쪽은 미군이, 육지와 맞닿은 동쪽 부두와 부속 항구인 나가우라항은 일본 자위대가 사용하고 있다. 미군 사용구역 쪽에서 미국의 이지스함인 매캠벨(DDG-85)과 콜(DDG-67)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 해군은 지난 6월 이동을 마친 유도미사일 순양함 챈슬러즈빌(CG-62)을 요코스카항에 추가 배치했다. 이어 올해 안에 탄도미사일 방위 능력을 가진 이지스 구축함 벤폴드(DDG-65), 2017년엔 같은 능력을 가진 밀리어스(DDG-69)도 요코스카로 이동시킬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요코스카에 배치된 이지스함은 9척(이 가운데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갖춘 함선은 5척)에서 12척(7척)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를 통해 이 지역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능력은 이전보다 대폭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언론들은 요코스카에 미 함선이 새로 배치된 것은 199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최근의 변화에 주목했다. 2012년 6월 리언 파네타 미 국방장관이 “2020년까지 미국 군함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는 비율을 현재의 50%에서 60%로 늘리겠다”고 밝힌 전략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5월 요코스카의 터줏대감이었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CVN-73)을 본국으로 귀환시키고, 올 하반기에 로널드 레이건(CVN-76)을 교환 배치할 예정이다.

그 배경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있다. 최근 요코스카항에 추가 배치된 순양함 챈슬러즈빌호의 커트 렌쇼 함장은 6월18일 기자회견에서 “이 함선은 미 해군 가운데 가장 유능한 함선들 중 하나다. 일본 방어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전과 안정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강된 미군의 전력이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활동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 핵심 장소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이 계속되는 동중국해, 또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치하는 남중국해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일본이 나서 중국의 해양 군사력 확대를 견제해 주길 원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깊은 곳의 수심이 4000m나 되기 때문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중국의 잠수함들이 미국의 감시를 따돌릴 수 있는 최적의 지형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 남중국해 감시 업무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데는 중동과 극동을 잇는 ‘원유 수송로’ 보호뿐 아니라 중국 잠수함 감시라는 숨겨진 군사적 이유가 있는 셈이다.

요코스카항에 집결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의 첨단 군함들은 한반도 주변에서 강대국들의 격렬한 패권 경쟁 시대가 막을 올렸음을 증언하고 있다.

요코스카/글·사진 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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