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슈턴 카터 미국 신임 국방부 장관
9일 방한 앞둔 카터 국방 장관, ‘요미우리신문’ 인터뷰
“과거의 긴장이나 지금의 정치보다 미래에 눈 돌려야”
셔먼 차관 이어 미 고위 당국자들의 공통적 인식 드러내
“과거의 긴장이나 지금의 정치보다 미래에 눈 돌려야”
셔먼 차관 이어 미 고위 당국자들의 공통적 인식 드러내
“(한-일 간) 협력에 의한 잠재적 이익이 과거의 긴장이나 지금의 정치보다 중요하다.”
취임 이후 첫 동아시아 순방길에 오른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일본을 방문한 8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직설적으로 한국을 압박했다. 카터 장관은 “미국은 이 관계(한-일 관계)에 존재하는 역사적 민감함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우리 세 나라(한·미·일)는 미래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사실상 ‘역사 문제는 묻어두자’고 요구하는 것이어서, 한국에 끼치는 외교적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터 장관은 9일부터 11일까지는 한국을 찾는다.
카터 장관의 발언은 현재 진행 중인 한-일 갈등의 책임을 주로 한국 쪽으로 돌리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할 때 ‘잠재적 이익을 고려해 미래에 눈을 돌리자’는 외교적 수사를 동원한다.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 한-일 관계,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과거는 ‘옆으로 치워놓자’는 게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요구인 것이다. 또한 그가 ‘지금의 정치’를 언급한 데는 박근혜 정부가 국내 정치적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터 장관의 발언은 “어느 정치 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지난 2월 말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의 연설과 같은 흐름 속에 있다. 당시 셔먼 차관의 연설이 단순히 일회성이나 ‘실수’가 아니라, 한국 정부와 한-일 관계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공통된 인식임을 알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압박을 통해 미국이 동북아시아에서 달성하려는 전략적 목표는 중국을 염두에 둔 지역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이라고 할 수 있다. 카터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한·미·일 3국이 지난해 12월 말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3자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중요한 양국(한국 및 일본) 동맹과 지금까지 전례 없는 정보공유의 노력을 구체화해 그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보공유 약정은 3국간 미사일방어망 협력체제의 근간으로 알려져 있다.
카터 장관은 또 “3국(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요소다. 일본은 이 노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며 향후 미국의 대중 견제 구도에서 일본의 군사적 비중을 크게 높일 것임을 공식적으로 거론했다. 일본이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확대는 미국이 계속 요구해왔던 것이고, 일본 아베 신조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한 것에 대한 일종의 화답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박근혜 정부는 이번에는 미-일 사이에서 ‘외통수’에 걸린 모양새가 됐다. 일본이 중학교 교과서와 외교청서 등을 통해 연속적으로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 역시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 쪽 입장을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과거와 안보’를 분리하려는 미국의 입장과 과거와 안보가 분리될 수 없다는 압도적인 국내 여론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외교적 측면에서도,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도 ‘총체적 실패’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이용인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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