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웬디 셔먼이 맡고 있는 정무차관을 국무장관, 부장관 2명에 이어 ‘국무부 공식 서열 4위’라고 못박고 있다. 6명의 국무부 차관 가운데는 최선임이다.
국무부 누리집(홈페이지)은 정무차관의 역할을 “전반적인 지역 및 양자 정책 이슈들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며, 6개 지역국과 한 개의 기능국을 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전세계를 동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유럽 및 유라시아 등 6개 구역으로 나눠 관리하므로 정무차관이 지구촌의 모든 현안을 다루는 셈이다. 또한 정무차관이 맡고 있는 한 개의 기능국은 국제기구국이고, 이 국의 핵심 업무는 유엔이다. 정무차관의 업무들만 일별해도 국무부 안에서의 비중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무차관의 핵심적인 역할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웬디 셔먼의 주요 임무가 이란과의 핵협상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유도, 이 문제가 국무부 정책 목록에서 우선순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무부 진용을 살펴보면, 웬디 셔먼의 역할과 비중은 더 도드라져 보인다. ‘공식 서열 2위’인 토니 블링컨 제1부장관은 1월부터 업무를 시작해 국무부 경험이 짧다.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이지만 국무부 업무에는 어두운 것으로 알려져 지명 당시부터 다소의 논란이 있었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제1부장관은 일상 업무보다는 미국 외교정책의 큰 방향과 개념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이에 비해 셔먼은 2011년 9월부터 정무차관을 맡아왔고,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엔 국무부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냈다. 다른 한 명의 부장관인 ‘서열 3위’ 헤더 히긴보텀은 국무부 살림을 책임지는 사람이지 외교정책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최근 웬디 셔먼이 동북아시아의 과거사 갈등과 관련해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가 국무부 안에서 갖고 있는 영향력과 평소 신중한 언행에 비춰보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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