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8월 18일(현지시각) 한·미·일 정상회의가 열린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 정상은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일 관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 국방부 차관보와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낸 그레이엄 앨리슨은 4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한 편에 줄 서는 게 아니라 “당면한 이슈에 따라 때론 동조하고 때론 반대”를 통해 균형 잡힌 외교·안보 전략을 펴나갈 것을 조언했다. 그는 오는 11일 한겨레가 주최하고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주관하는 아시아미래포럼 강연에 앞서 이메일로 주고받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한 한국이 “다차원적인 세력 균형의 일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패권 각축 속에서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보다 자세한 그의 통찰을 포럼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다음은 이메일 인터뷰 전문.
—한국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안보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의 균형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균형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무역 갈등으로까지 확산하면서 중국의 개방 이후 한국이 중국과 밀접하게 관계 맺어온 경제적 이익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밝힌 안보와 경제 두 이익 간 균형 잡기가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이런 환경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최선의 선택과 전략이 뭔지 궁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회담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현대판 기적이다.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지난 70년 동안 큰 삶의 질 향상을 이뤄냈다. 미국인들은 한국의 주요한 안보 파트너로서 이러한 환경 조성에 일익을 담당해온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 선언’(지난 4월 한–미 정상이 발표한 전략으로 핵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에 미국이 억제력을 확장 제공하는 것이 핵심)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하여온 한–미 파트너십의 단지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
한국은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반면 번영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인 중국에 달려 있다.
한국이 둘 중 하나를 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우리는 흑백의 세계에 살 수 없다. 대신 우리는 50가지 지지와 반대의 색조에 익숙해져야 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한국이 균형을 잡는 방식은 당면한 이슈에 따라 때론 동조와 때론 반대를 통해서 이뤄질 것이다.
미국은 더욱 강력한 동맹 관계를 구축해 중국에 맞서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관계를 더 강화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힘이 더 커질수록 틀림없이 한국에 더 큰 위협이다. 하지만 경제적 의존도를 고려할 때 중국에 완전히 반대하는 쪽에 서기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인도, 호주 등 4개국 안보 회의체)에 참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대신 한국은 다차원적인 세력 균형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차원에서는 다른 영역에서 심각한 경쟁자가 될 두 당사자 사이에서 매우 두꺼운 파트너십이 형성될 것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전 미 국방부 차관보는 오는 11일 아시아미래포럼에서 ’패권 각축의 시대, 한국의 선택은?’을 주제로 강연한다. 앨리슨 제공
―한국에서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미국, 일본 중심의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때보다 3국의 협력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때론 중국과의 관계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도 있다. 북한과는 협력과 대화보다는 ‘강 대 강’과 ’힘 대 힘’의 원칙으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외교 및 대외 정책에 대한 당신의 생각과 평가를 듣고 싶다.
“한국은 매우 불규칙하고 때로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북한과 이웃해서 계속 생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한은 백만 대군과 점점 더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 심지어 점점 더 미국까지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한국이 북한 김정은 체제 옆에서 생존한다는 것은 지난 70년 동안 매우 도전적인 일이었고 앞으로도 험난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는 힘의 균형도 윤석열 대통령의 레이더에 포착되고 있다. 최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의 회담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의 도전과 위협을 고려할 때 세 나라의 안보 이해관계는 점점 더 수렴되고 있다. 다만 증가하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부터 비롯되는 경제적 이익과 안보 위험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서로 다른 차원에서 때론 동조하고 때론 반대하는 다차원적인 힘의 균형을 보게 되는 이유다.”
류이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