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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외교

한반도 비핵화→북한 비핵화…대화 여지 좁힌 일방적 퇴행

등록 2023-08-20 19:43수정 2023-08-21 02:45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려고 로렐 로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하려고 로렐 로지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 정상은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발표한 정상회의 공동성명(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우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밝혔다. 함께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공약을 함께 견지한다”고 했다. 이는 이전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다. ‘비핵화’의 범위를 ‘한반도’에서 ‘북한’으로 좁힌 것으로, 중대한 변화이자 일방주의적 퇴행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지금까지 한·미, 한·미·일 정상 합의 문서에 쓰이지 않던 표현이다. 3국 정상의 첫 공개 합의 문서인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2022년 11월13일), 지난 4월2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공유된 목표다. 남북 정상합의(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북-미 정상합의(6·12 싱가포르 북-미 공동성명), 6자회담 9·19 공동성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에 빠짐없이 명시된 목표다. 바이든 행정부도 2021년 1월 출범 이후 줄곧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밝혀왔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북한 비핵화’로 바뀌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의 용어를 받아들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취임 이후 줄곧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주장해왔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단계적·포괄적 접근법에 따른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보다 대북 억지(deterrence)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한·미·일의 대북 억지 의지를 강조하다 보니 대북 대화 의지의 천명은 전보다 약화됐다.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에서 “한·미·일은 북한과의 전제 조건 없는 대화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고만 밝혔다.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이끌 새로운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3국 정상회의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대화 의지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일본인 납북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조기 실현 추진”을 밝혀온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만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다”고 거듭 강조했을 뿐이다. 한·미 정상은 침묵하고 일본 총리가 ‘대화’를 강조하는 모습은 전례 없는 낯선 풍경이다.

세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납북자, 억류자 및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포함한 인권 및 인도적 사안 해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도 ‘인권’을 앞세운 대북 압박이 거세질 것을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의 대북 집중력이 겉보기와 달리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며 “북한에 일방적으로 요구·압박만 해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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