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 투기 저지 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한미 양국의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방류) 반대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내용의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23∼24일로 예정된 한국 전문가 시찰단의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방문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일 당국 간 실무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오염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어떤 요구를 했는지 함구한 채, 일본 쪽 태도가 “협조적이며 원만히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전문가 시찰단 파견 자체를 3월 한-일 정상회담의 대표적인 성과로 부각한데다 날짜까지 정해진 터라 한국 쪽 처지가 다급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어제(17일) 한-일 협의 결과 추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안들이 남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늘도 외교 채널을 통해서 계속 관련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양국이 한차례 실무 협의만을 진행한 뒤 시찰 전반에 관한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협의는 지난 12일 국장급 협의에 이어 16일 심의관급 협의를 거쳐 외교 경로를 통한 전화 협의까지 길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요구사항에 대해 현지 사정상 어렵다거나, 다른 나라에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부 의사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오염수 정화 여부를 살필 수 있는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일부 핵심 설비 공개에도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우리 쪽이 어떤 요구를 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쪽이 전달한 시찰 항목 중에 일본 정부가 몇퍼센트나 수용했느냐’는 물음에 “몇퍼센트라고 하기 어렵다”며 “일본 쪽도 매우 협조적으로 가능한 부분에 응답을 준 것으로 안다.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협조적이라는데 왜 합의가 안 되느냐’는 물음에는 “조만간 있을 국무조정실 발표를 보면 분위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발표 내용을 기다려 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 정부는 여러차례 일본 입장을 두둔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 17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 검증과 관련해 “시료(오염수)를 떠서 검사를 그 자리에서 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일본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에도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우리가 처리수(오염수)를 채취하겠다고 하면 국제원자력기구 등 국제기구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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