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일 정상 확대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정상회담 뒤 엄중한 국제 정세와 북한 위협 등을 내세워 한·미·일 안보협력과 양국 공조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논의에 일본이 참여할 길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 뒤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구성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선언은 일단 한국과 미국의 양자 간의 베이스로 합의된 내용”이라며 “한-미 간에 워싱턴 선언이 완결된 것이 아니고 계속 논의하고, 공동 기획·실행하는 과정에서 그 내용을 채워나가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먼저 이것이 궤도에 오르고, 또 일본도 미국과의 관계에서 준비가 되면 언제든지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당장은 아니지만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신설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는 중국 견제에 전략적 초점을 맞춘 미국이 바라는 목표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한·미·일 3국 협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를 강화해 북한을 넘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 한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막 만들어놓은 한-미 핵협의그룹 자체를 3자, 4자로 확대한다는 것 아니다. 한·미 양국이 핵협의그룹을 별도 창설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거기서 구체적 논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한-미 핵협의그룹이 정착된 뒤 한·미·일 간 확장억제 논의를 추가 진행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또 한·일 정상은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의 실시간 공유에 대해 당국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4일 한국과 미국, 일본은 3년 만에 미국에서 안보회의(DTT)를 열어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이행 방안을 마련했다. 이 회의에서 3국은 현재 운용 중인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을 기반으로 한-미와 미-일의 정보 공유 체계를 연동하는 방안과 미사일 경보정보 범위(예상 발사 지점, 비행 방향, 탄착 지점 등)에 관해 논의했다.
양국은 대중국 견제에도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한국의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본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추진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해 나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이 지역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가 보인다”고 중국을 겨냥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을 견제·압박하는 미국의 전략이다.
한·일 정상은 북한 위협뿐만 아니라 글로벌 복합 위기를 내세워 실제 동맹이 아니면서도 동맹에 버금가는 ‘유사 동맹’ 수준의 한-일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엄중한 국제 정세와 글로벌 복합 위기 상황에서 한-일 간의 협력과 공조는 양국의 공동 이익은 물론이거니와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 인권, 법치를 보편적 가치로 거론하며 “이를 수호하려 함께 노력해나가자”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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