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양국 간 반도체 공급망 협력을 넘어 인공지능(AI)·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까지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뜻을 모았다. 두 정상이 ‘견고한 공급망’을 강조함으로써 미국 주도 경제블록 참여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7일 오후 기시다 총리와 함께 한·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와 일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함께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양국의 대표적 비우호 조처였던 소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의 원상회복을 위한 절차들이 착실히 이행되고 있음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도 지난 3월 윤석열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책임을 면하게 한 ‘제3자 변제안’을 내놓은 뒤 한-일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수출통제당국 간 대화도 적극 이뤄져서, 그 결과 한국을 ‘그룹 에이(A)’(화이트리스트)로 추가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새로 출범한 경제안보대화의 첫번째 회의가 지난 3일 양국 국가안보당국장 사이에 진행됐고, 공급망 견고화 등에서 연대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일 양국은 우주, 양자, 인공지능, 디지털 바이오, 미래 소재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의 공동연구와 연구개발(R&D)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화이트리스트 복귀는 기시다 총리의 선제적 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 부처가 활발히 움직였다”며 “양 정상이 지적한 (한국) 반도체 기업과 일본 소부장이 공조하고, 에이아이, 디지털 바이오 등 미래 소재에 관한 협력 논의도 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3월 도쿄 한-일 정상회담 한달여 뒤인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던 조처를 취소하고 재지정하는 절차를 시작한 바 있다. 일본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자, 2019년 7∼8월에 기습적으로 한국을 향해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보복 조처를 했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입을 모아 ‘견고한 공급망’을 강조한 것은 주목된다. 이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이후 멀어졌던 한-일 기업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불어 한·미·일이 공동으로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에 대해서도 대중국 견제를 하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지난 3월 미국과 보조를 맞춰 첨단 반도체 장비 등에 대해 사실상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외교안보당국 간 안보 대화와 엔에스시(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경제안보대화, 그리고 재무장관회의 등 안보·경제 분야의 협력체가 본격 가동되고 있음을 환영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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