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방역 관계자가 28일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강원도 원산에 진입하는 한 차량의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지난 26일 미국과 유럽 등지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면서 주민들에게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원산/AP 연합뉴스
서해 어업지도원 실종·피격 사건과 관련해 북한은 “우발적 사건이 북남관계를 파국에로 몰아갔던 불쾌한 전례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30일 밝혔다.
북쪽은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이하 ‘중통 보도’)로 “서해 수역에서 사망자의 시신을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안타깝게도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필요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한 북쪽의 견해 표명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9월25일)에 이어 9월27일 ‘중통 보도’로 “시신을 습득하면 남쪽에 넘겨줄 절차·방법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밝힌 지 33일 만이다. 그러나 북쪽은 문재인 대통령이 9월27~28일 거듭 밝힌 “군사통신선 복구·재가동”과 “남북 공동조사” 요청엔 이번에도 침묵했다.
북쪽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이 사건을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도 확산시켜보려고 악청을 돋구어대고 있다”며 “국제적인 반공화국 모략 소동으로 몰아가려는 위험천만한 움직임”이라 비난했다. 그러고는 “동족 사이에 불신과 대결을 극대화하려는 작태”라며 “우리가 견지해온 아량과 선의의 한계점을 흔들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건 발생의 책임을 남쪽으로 돌렸다. 북쪽은 “악성비루스(코로나19)로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점수역에서 자기쪽 주민을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며 “남쪽에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 주장했다.
북쪽의 이번 견해 표명은 양면적이다. 우선 ‘우발 사건’이 남과 북의 갈등과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하자는 당부다. 미국 대선 전후 정세 관리 의지의 연장이다. 반면 남쪽이 이 문제를 유엔에서 공론화하면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겨 있다. “동족 사이 불신과 대결을 극대화하려는 작태가 우리 군대와 인민의 우려와 격분을 자아내고 있다”는 문장이 그쪽을 가리킨다. ‘중통 보도’의 겉으로 드러난 표적은 ‘보수세력’이지만 사실상 문재인 정부한테 ‘일을 키우지 말자’고 당부·압박한 셈이다.
북쪽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방미 발언을 보름이나 지나 맹비난한 다음날 ‘중통 보도’를 내놓은 사실도 짚어볼 대목이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둘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 북쪽의 행보를 당분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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