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참석해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이 29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어업지도 공무원’과 관련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해, 주검 수습과 함께 북쪽의 ‘주검 훼손’ 여부가 앞으로 규명해야 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남북 당국의 공식 발표 내용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지난 24일 오전 첫 공식 발표 때 “총격을 가하고 시신(주검)을 불태우는 만행”이라고 적시했다. 같은 날 오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성명도 “총격 살해, 시신 훼손”을 재확인했다. 반면 그다음 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로 남쪽에 보내온 북쪽의 전화통지문은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한 뒤 수색하니 “침입자는 부유물 우(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라고 밝혔다.
남쪽은 북쪽이 ‘주검을 불태웠다’는데, 북쪽은 ‘사살(추정) 뒤 유실’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북쪽은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 조사 결과”라며 사건 내용과 관련해서도 “~라고 합니다”라는 간접화법을 구사해, 이 전통문의 내용이 ‘지도부’가 직접 조사한 최종 조사결과가 아님을 내비쳐 ‘추가 조사결과 통보’의 여지를 뒀다.
‘주검 훼손’ 여부와 관련한 국방부의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첫 보고 내용을 두고도 여야 간에 서로 다른 말과 해석이 나온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나와 “(북쪽이) ‘연유(연소용 기름)를 발라서 태우라’ 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확인했다. 국방부가 (주검 훼손을) 그냥 판단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 것에 근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복수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방위원은 “부유물을 태우라는 건지, 주검을 태우라는 건지 정확히 목적어가 없었다. 다만 국방부가 여러 첩보를 종합해 ‘부유물과 주검을 함께 태운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북쪽이 정확히 무엇을 태우라고 했는지는 국방부가 단정적으로 보고하지는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24일 국방위 보고에서 ‘몸에 발라’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고 전했다.
‘주검 훼손’ 여부와 관련해 국방부의 애초 발표의 정확성 여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우선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에 “40분간 불태웠다”고 보고했는데, ‘건장한 성인 남성의 주검을 40분 만에 다 태울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아울러 북쪽이 “10여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이라고 밝혔는데, 이 정도 총격이면 충격으로 인해 주검이 부유물 위에 그대로 있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월북 의사와 시신 훼손에 대한 군의 기존 판단은 변화가 없냐'는 질문에 “저희들이 따로 그 이후로 다른 말씀을 드린 적은 없었다”고 답했다. ‘북쪽이 주검을 불태웠다’는 기존 발표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다만 27일 이후 정부의 공식 발표나 여러 발언은 ‘주검 훼손’ 여부와 관련한 24일 국방부의 첫 발표와 온도차가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서주석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27일 열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 결정사항을 전하며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우리 정보를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라며 “제3자의 입장에서 관련 자료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주검 훼손’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발표 내용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도 읽힌다.
이제훈 김지은 노현웅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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