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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정부 ‘남북 통신선 재가동해 수색 정보교환’ 타협책 제안

등록 2020-09-27 20:33수정 2020-09-27 21:47

남북, 사태 악화 막으려 절치부심
사건 실체 둘러싸고 남북 이견 커
정부, 북쪽에 공동조사 방식 요구
각각의 해역 수색하되 소통·협의
주검 조기수습이 남북관계 가늠자

북쪽 “주검 수색, 수습땐 인도 방침”
통지문서도 ‘현재까지 전말’ 밝혀
추가조사 결과 남쪽 통보 가능성도
격앙된 여론·수색해역 갈등은 불씨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26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경찰이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소속 공무원의 시신과 소지품을 찾는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제공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이 북한군에 피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남북 당국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검 조기 수습 등 실체 규명의 접점을 찾으려 부심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남쪽의 격앙된 여론과 북쪽의 ‘서해 해상경계선 문제’ 거론 등은 남북관계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를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오후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결정한 “조속한 진상 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요청”에 대한 북쪽 반응이 사태 추이와 남북관계의 진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남과 북 어느 쪽이든 어업지도원의 주검을 조기에 찾는다면 남북 당국의 선택지가 넓어지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이날 아침 북쪽은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북쪽 서해안 모든 지역 수색’과 ‘주검 수습 때 남쪽 인도’ 방침을 밝혔다. 이는 사건 발생 이후 북쪽의 첫 공식 설명인 25일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전화통지문’에서 한 발짝 더 진전된 구체적인 반응이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전날인 26일 “추가 조사 실시”를 언론을 통해 공개 요구한 데 대한 ‘1차 반응’의 성격도 지닌다.

주검 수습과 관련한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는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요구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남쪽의 ‘추가 조사 실시’ 요구에 북쪽이 어떤 형식으로든 응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앞서 북쪽이 ‘통일전선부 전통문’에서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 조사 결과”라거나 “일부 군인들의 진술”이라는 표현으로 ‘최종 조사 결과’가 아님을 내비친 사실로 미뤄, 북쪽이 ‘추가 조사 결과’를 남쪽에 알려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실체를 둘러싼 남북의 이견은 상당하다. 굵직한 것만 추려도 △주검 훼손 여부(남 “기름을 부어 40분간 불태워”-북 “사살(추정) 뒤 (주검)유실, 부유물만 소각”) △사살 명령 주체(남 “해군 계통(해군사령관) 지시”-북 “(단속)정장의 결심”) △월북 의사 표명 여부(남 “월북 진술”-북 “단속 명령 불응, 도주할 듯한 상황”)를 두고 양쪽 설명이 엇갈린다.

정부가 이날 양쪽의 기존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까닭이다. 아울러 정부는 “각각의 해역에서 수색에 전력을 다하자”며 “소통·협의·정보교환을 위한 군사통신선 복구·재가동”을 북쪽에 공개 요청했다.

이날 대통령 주재 회의의 결정 사항은 △남과 북 각각 해역에서 수색 △군 통신선 복원·재가동 △(남북 협의를 거친) 공동조사를 포함한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의 표현이 “공동 현장 조사”가 아닌 “공동조사”라는 사실이다. 군 통신선 재가동으로 “소통·협의·정보교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남북이 각각의 해역을 수색해도 ‘공동조사’라는 판단이 메시지에 담긴 듯하다. 국회·여론의 눈높이에 맞추며 북쪽의 수용성을 높이려는 고심의 흔적이다.

정부는 애초 사건 발표 첫날인 24일 북쪽에 △해명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조처 등 4가지를 공식 요구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통전부 전통문’으로도 이견이 해소되지 않자, “추가 조사 실시 요구”를 거쳐 “공동조사 요청”으로 단계적으로 나아갔다.

정부가 ‘공동조사’를 처음부터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데에는, 이런 식의 ‘돌발 사건’과 관련한 남북 공동조사의 선례가 없다는 부담이 작용한 듯하다. 예컨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땐 남쪽의 ‘남북 당국 현장 공동조사’를 북쪽이 거부했고,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땐 북쪽의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과 공동조사’ 제안을 이명박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사정 탓에 북쪽이 ‘공동조사’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정부의 ‘공동조사’ 제안이 ‘현장 조사’를 적시하지 않고 ‘소통·협의·정보교환’에 방점을 찍은데다, 김정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는 등 북쪽의 전례 없는 태도에 비춰 ‘새로운 선례’의 창출이 전혀 불가능하진 않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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