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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월북·주검 훼손·상부 지시 총격…북, 남쪽 판단 모두 부정

등록 2020-09-25 17:17수정 2020-09-27 11:14

북 통지문, 남쪽과 엇갈린 해명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쪽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 인근에 북한 군함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쪽 해상에서 표류하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5일 이 공무원이 피격된 것으로 추정된 황해도 등산곶 해안 인근에 북한 군함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해양수산부 어업지도원 ㄱ씨의 피격 사실이 공개된 지 하루 만인 25일 ㄱ씨의 사살에 대해 전격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한 것은, 남북관계의 추가 악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동시에 조목조목 우리 군의 주장을 반박하며 북한군의 이번 조처가 불가피한 대응이었음을 강변했다. 그러나 북한의 해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도 적지 않아, 이번 기회에 남북 당국 간 공동 현장조사 등을 통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많다.

우리 군은 어업지도원 ㄱ씨가 북한 해역까지 간 배경에 대해 월북할 뜻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군 관계자는 전날 언론 브리핑에서 “북쪽 인원이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ㄱ씨가 월북할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북한은 숨진 ㄱ씨의 주검을 훼손했다는 우리 군 주장도 부인했다. 우리 군은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기름을 붓고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며 “연평부대 감시장비에도 시신을 태우는 불빛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ㄱ씨에게 총격한 뒤 “10여m까지 접근하며 수색하였으나 침입자는 부유물 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해상 현지에서 소각한 것은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이었다고 해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적극 반박에 나선 것은 월북 의사를 밝힌 민간인을 총격으로 사살한 것도 모자라 주검까지 훼손했다는 주장을 인정할 경우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ㄱ씨가 입고 있던 구명조끼는 바다에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따라서 ㄱ씨가 총격으로 부유물에서 떨어졌다 하더라도 바다에 가라앉아 찾을 수 없었다는 식의 북한 해명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총격 명령을 내린 책임자가 누구냐에 대해서도 남북의 설명이 엇갈린다. 우리 군은 북한군이 “상부의 지시”로 총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은 전날 국방부의 비공개 보고를 받은 뒤 “북한 해군사령관이 총격 지시를 한 것으로 우리 군은 보고 있다”고도 전했다. 북한 단속정이 ㄱ씨를 6시간이나 해상에서 억류한 것도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단속정의 지휘 책임자인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발의 총탄”을 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무리 남한과 체제가 다른 북한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런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 비무장 민간인을 향해 이제 초급 간부에 불과한 ‘정장’이 마음대로 사살 명령을 내린다는 설명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사살 명령의 책임이 윗선까지 미치지 못하도록 꼬리 자르기에 나선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북한은 ㄱ씨가 북한의 단속정에 발각된 뒤 6시간 동안 무엇을 했고 어떤 계기로 총격을 했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한군은 단속 명령에 불응해서 공포탄을 두발 쐈으며,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고 엎드리면서 뭔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도 보였다고 두루뭉술하게 설명했다. ㄱ씨가 북한군의 단속에 불응하고 반항했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북한군이 ㄱ씨에게 총격을 가한 것이 불가피한 대응이었음을 강조하려는 발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북한군 정장이 비무장 민간인인 ㄱ씨에게 총격을 가하기로 결심한 구체적인 계기와 경위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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