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국방부 청사에서 연평도 인근 해상 실종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하다가 북한군에 의해 해상에서 피격된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충격을 주고 있다. 아무리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에게 총격을 가하고 주검을 소각한 북한의 행위가 반인도적인 범죄인데다, 뒤늦은 사실 공개 등 정부와 군당국의 사후 대처 방식도 비판받고 있다.
24일 청와대와 군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해양수산부 소속 서해어업관리단 해양수산서기 ㄱ(47)씨가 실종됐다는 사실이 동료 선원들에 의해 파악된 건 21일 오전 11시30분께다. 곧 해경과 해군, 해양수산부 선박 20척 및 해경 항공기 2대가 투입돼 ㄱ씨 수색에 나섰고, 이날 저녁 6시께부터는 대연평도 해안선 일대에 대한 정밀수색이 시작됐다.
군이 ㄱ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북한 지역에 있다는 정황을 포착한 건 실종 이틀째인 22일 오후 3시30분께다. 실종 위치에서는 약 38㎞ 떨어진 곳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에서 한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실종자를 최초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ㄱ씨가 어떤 경로로 어떻게 등산곶까지 갔는지는 불명확하다. 부유물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군은 ㄱ씨가 어업지도원으로 오래 근무해 이 해역 해류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라고 짚었다.
군은 ㄱ씨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어업지도선에 신발을 버려두고 간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등을 근거로 자진 월북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순히 선상에서 추락한 사고라고 보기엔 미심쩍은 정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군은 ㄱ씨가 자신을 발견한 북한 인사에게 월북 의사를 전달했다는 첩보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이날 “22일 4시40분께 북쪽 인원이 실종자와 일정 거리를 이격해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의 표류 경위를 확인하면서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군 관계자는 “(자진 월북은) 정황만으로 판단한 거고 수사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 선박은 이때 ㄱ씨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ㄱ씨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일종의 조처를 취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 단속정이 상부 지시로 실종자에게 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며 방독면을 착용하고 방호복을 입은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고 했다. 피격된 시간은 밤 9시40분께며 방역복을 입은 북한군이 바다에 떠 있는 주검에 기름을 붓고 태운 건 밤 10시께다. 상부 지시가 전달되는 데 약 5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 연평부대 감시장비에도 이때 특이사항이 발견됐다. 군쪽은 북쪽이 주검을 불태우는 불빛을 밤 10시11분께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국경지대 방역 조치는 무단접근 인원에게 무조건적 사격 조치가 이뤄지는 반인륜적 행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훼손된 시신이 여전히 해역에서 표류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시신 행방을 묻는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현재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그 해역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김지은 노지원 기자
mira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