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북한이 지난 4월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는 표현을 헌법 조문에 추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 수반'임을 공식화했다. 북한 개정 헌법 제100조는 ‘국가를 대표하는’ 표현이 들어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를 대표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령도자이다”라고 돼 있다.

‘국가의 대표자’로서 김 위원장의 지위 강조는 지난 4월에도 있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월16일치는 김정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4월15일 김일성 주석 생일)를 보도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라고 호칭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 군 관련 직책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었고 드물게 ‘혁명무력의 최고사령관’이 함께 사용됐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공화국 무력은 정규군(조선인민군)과 비정규군(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등)을 포괄하는 의미로 쓰인다”며 “‘공화국 무력 최고사령관’ 호칭은 김정은 위원장이 정규군과 비정규군 모두를 포함하는 국가무력의 통수권자임을 의미한다”고 지난 4월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4월 남쪽의 국회격인 제14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대의원으로 선출하지 않았고, 1차 회의 직후 “전체 조선 인민의 최고 대표자”란 호칭을 사용했다. 김일기 실장은 “김 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지역구 대표’ 가 아닌 ‘국가’의 대표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국가의 대표자로서 김정은 위원장 위상 강화와 연계하여 국가무력 일부인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호칭 대신 국가무력 전체의 대표인 ‘국가무력의 최고사령관’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이 올라갈 때마다 호칭이 바뀌었다. 호칭 변화의 배경은 후계체제 구축과 권력 기반 강화다.

공식 후계자 이전 호칭은 `청년 대장’이었다. 군 내부에 후계 체제 뿌리내리기가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0년 9월 제3차 조선 노동당 대표자회의에서 공식 후계자가 된 뒤 호칭에서 청년이 빠지고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 동지’가 됐다.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뒤 ‘경애하는 원수님’, `혁명위업의 계승자’, `자애로운 어버이’ 등으로 불렸다. 호칭이 다양해진 것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이 계승자와 영도자 사이 과도기였기 때문이다.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숙청된 이후 2013년 12월부터 북한 신문방송들은 김정은 위원장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위대한 영도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만 사용했다. 이는 그의 정치 위상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같은 반열에 올라섰음을 의미했다. ‘위대한 영도자’란 호칭은 북한 내부적으로 군 통수체제 구축과 핵무력의 제도화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6년 6월 개헌 뒤 국무위원회를 신설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란 호칭이 새로 생겼다. 선군시대에서 정상국가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뜻으로 읽혔다.

전재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최고지도자 호칭 변화는 단순히 권력 강화의 일환으로만 해석하기 쉽다. 호칭 변화는 권력 강화 뿐만 아니라 북한 주요 변화궤를 같이 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국방논단> 제1762호) 전재우 선임연구원은 “2016년 이후 김정은 위원장 호칭 변화는 국가 개념 강조와 이에 수반되는 제도화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전체 조선 인민의 최고 대표자’ 호칭을 사용해 김정은 위원장이 명실상부한 국가의 대표임을 강조했고, 개헌을 해서 헌법 조문에 ‘국가를 대표하는’ 표현을 추가했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