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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 ICBM에 핵탑재 무기화하는 게 레드라인” 첫 공식화

등록 2017-08-17 19:21수정 2017-08-17 23:17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 회견

남북관계

“더이상 위험한 도박 말라” 강력 경고
“북,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가가
추가 도발땐 견디기 힘든 제재”
북 ‘미 본토 위협’-미 ‘선제타격론’
한반도 긴장상황 고조 사전 경계

레드라인 구체 규정 ‘논란’ 소지
북 미사일 재진입 기술 등 시간 문제
레드라인 위반 대응 조치 등 불분명
“대북정책 유연성 족쇄 자초” 지적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레드 라인’을 설정하고 강력히 경고했다. 정부가 ‘더는 용납할 수 없는’ 레드 라인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식화한 것은 처음으로, 레드 라인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아이시비엠(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게 되는 것을 레드 라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북한이 점점 그 레드 라인의 임계치에 다가가고 있다”고 말했다. 레드 라인은 통상 ‘넘지 말아야 할 선’, ‘넘으면 용납할 수 없는 선’을 가리킨다.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개발을 서두르는 북한의 행보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북한은 지난달 잇따라 두 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을 시험 발사하며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 7월 말 2차 시험발사에선 고도 3700㎞까지 올라가 정상각도로 발사될 경우 사거리 9000~1만㎞로 적어도 미국 서부해안은 타격권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직접 공격할 능력을 갖는다는 것의 위험성은 최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에서 분명해졌다. 북한의 상시적인 미국 본토 공격 위협과 이에 맞선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 및 보복공격 가능성이 맞물릴 경우 한반도의 안보환경은 극도로 취약해진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이런 사태를 미리 경계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위해선 아직 핵탄두 소형화와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 기술을 확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만큼 결국 이 기술 확보도 시간문제일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을 막아야 하는 점에 국제사회가 함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유엔 안보리에서 사상 유례없는 강도 높은 제재조치에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이 또 도발한다면 더욱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북한은 결국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더이상 위험한 도박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레드 라인을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를 접견한 자리에서도 “북한이 한-미 정상이 합의한 평화적 방식의 한반도 비핵화 구상에 호응하지 않고 레드 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한-미 양국)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난 5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해 “나는 레드 라인을 긋는 것을 안 좋아하지만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한다”고 레드 라인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레드 라인의 내용을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규정한 적은 없다. 추후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향후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등 추가적인 도발을 할 경우 문 대통령이 이날 규정한 레드 라인을 넘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었을 경우 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놓고도 여론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 스스로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옭아맬 족쇄가 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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