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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천안함 사건, 제대로 된 ‘과학논쟁’ 하지 않았다”

등록 2016-03-10 18:44수정 2016-03-10 23:02

싱크탱크 광장

오철우 한겨레기자 박사논문서 주장
분단 상황 탓 정치적 고려 등 개입돼
오철우 <한겨레> 과학기자
오철우 <한겨레> 과학기자
‘천안함 논쟁은 과학적이었나.’

오철우 <한겨레> 과학기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지난달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한 오 기자는 과학기술학 전공 박사학위 논문 ‘천안함 과학논쟁의 성격과 구조-민군 합동조사단(JIG)의 증거와 실행에 대한 논쟁을 중심으로’에서 이 난해한 문제에 도전했다. 이 논문은 2015학년도 2학기 서울대 자연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중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기자에게 천안함 사건은 낯설지 않은 주제다. 한겨레 과학 웹진 ‘사이언스온’(http://scienceon.hani.co.kr/)을 운영하면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논쟁적인 논문들을 여러편 다루었다. 하지만 기자로서 새로운 팩트를 충실히 보도하는 것과 ‘과학논쟁’이라는 학문적 프레임으로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다른 문제다.

오 기자는 논문에서 두 가지 이론적 틀에 터잡아 천안함 사건의 ‘과학논쟁’적 성격을 살펴봤다. 해리 콜린스의 ‘상대주의의 경험적 프로그램’(EPOR)과 브뤼노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이 그것이다. 행위자연결망 이론은 비인간행위자인 사물도 인간행위자 못지않게 어떤 사건 해석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론틀을 가지고 살펴볼 때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여러 논쟁들은 제대로 된 ‘과학논쟁’이라고 불리기 어렵다는 게 오 기자의 판단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공 이데올로기와 분단 상황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해석을 과학 그 자체로만 할 수 있도록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천안함 사건은 본격적으로 증거가 나오기 이전부터 이미 ‘가설적 추론’의 방식으로 결론이 나 버린 사건이다. “북한이 아니면 누가 그런 일을 했겠느냐”는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의 문제제기가 ‘과학논쟁’보다 앞서 사건을 규정해버린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과학적 조사’를 강조했지만, 오 기자가 보기에 “그것은 남북 대치와 분단체제라는 현실 조건이 강조되는 ‘군사적 판단’과 ‘정치적 고려’의 울타리 안에 놓여 있었다”.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과학논쟁은 사실 이렇게 남북 대치와 분단체제라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블랙박스’에 지나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오 기자는 이 블랙박스를 이루는 개별적 논쟁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논쟁 하나하나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지진파와 공중음파를 둘러싼 논쟁에서는 폭발량과 폭발수심 추론의 출발점이 되는 버블 주기 값을 구할 때에 기존의 지진파 방법론이 배제되고 선행연구의 전거가 없는 공중음파 방법론이 선택된 것”을 문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만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지진파를 기준으로 폭발량과 폭발수심을 추정할 경우, 지금 합조단이 낸 결론과는 다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오 기자는 이에 따라 천안함 사건은 국민들에 대한 설득 차원에서는 ‘과학논쟁’이라는 외피를 사용했지만, 실제 내용상에서는 일반적인 ‘과학논쟁’이 갖추어야 할 내용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오는 3월26일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정부가 천안함 사건 이후 합조단 조사 결과에 기초해 발표했던 5·24조처를 재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천안함 과학논쟁이 분단 이데올로기에 치여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계속 남게 된다면, 국민들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신뢰도 역시 조금도 높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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