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년 신년토론회 ‘20대 총선과 남북관계’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토론자들은 이번 총선이 남북관계 복원의 중요성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야권에 주문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 백승헌 ‘바꿈’ 이사장(사회).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싱크탱크 광장] ‘20대 총선과 남북관계’ 신년토론회
제20대 총선이 치러지는 오는 4월13일은 지난 1월6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이 실시된 지 99일째 되는 날이다. 따라서 이번 총선은 아직 북한 핵실험의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북한 변수는 어떻게 작용할까?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6 신년토론회 ‘20대 총선과 남북관계’는 남북관계가 우리 정치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더 나아가 이번 총선을 계기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신년토론회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과 한반도평화포럼(이상 임동원 이사장), 국회한반도평화포럼(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해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함께 참석해 축사를 했다. 문 대표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평화를 지키는 것에 머물지 말고 더 나아가 평화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가야 할 때”라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그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야권은 총선만 되면 북풍으로 피해를 봐왔다”며 “그러나 이제 절대 주눅들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심 대표는 “북핵정책 실패 등의 책임을 현 정권에 묻고, 책임있는 대안세력의 자세로 당당히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년토론회 중 제2세션 ‘20대 총선과 남북관계’에 참가한 패널들은 오는 20대 총선에서도 정부·여권에서는 ‘북풍’을 이용하고자 하는 생각이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 강도는 다른 선거 때와 비교해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그 이유로 “야권 분열로 인해 여야간 승부가 박빙이 아니게 된 상황”을 꼽았다. 그렇지 않아도 ‘대승’이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북풍에 대한 유혹이 감소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소장은 여권에서 그래도 ‘북풍’을 이용한다면 그 주된 목적은 “사회적 약자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선거 프레임이 짜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풍이라는 쟁점으로 사회적 약자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덮어버림으로써 야당의 공세를 둔화시키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북풍’ 시작
야권 공세 사전에 차단 의도
‘남북경협은 미래 먹거리’ 강조해
시민관점 통일대박론 조성 중요” “무너진 남북관계 복원도 과제
중국 자본 휩쓸고 간 뒤엔 늦어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실패 짚고
평화세력 집권 당위성 알려야”
북풍이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다.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정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가장 큰 효용가치는 대북 심리전이 아니라, 대남 심리전”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확성기의 대북 심리전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노 전 대표가 이렇게 지적한 것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매우 서둘러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도 합리적인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시점은 유엔에서 북의 제4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조처가 내려진 뒤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대북 방송을 일찍 재개하면 유엔 제재에 대한 간섭효과가 발생한다. 남한의 전체적인 북핵 대응 방안으로서는 마이너스인 셈이다. 그런데 이를 감수하면서도 대북 방송을 일찍 재개한 것은 남쪽 국민들에 대한 선전효과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선거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북풍’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하지만 패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야권이 결코 주눅들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야권에서 남북관계의 미래 전망을 확실히 밝힘으로써 북한 변수가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에서 남북경제협력 문제 등을 중심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경협은 우리의 미래 먹거리”라는 등의 간명한 슬로건으로 남북화해협력의 중요성을 알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이어 “지금 우리나라는 바다인 3면만을 활용하고 있는데 막혀 있는 북쪽면을 더 터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논의들을 바탕으로 “남북협력이 엄청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시민 관점의 통일대박론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 전 대표는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라고 밝혔다. 노 전 대표는 “남북관계 의제와 관련해 야권이 수세에 머물지 말고 공세로 나아가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그 이유로 국민들의 관심이 온통 경제로 쏠려 있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12월초 여의도연구원이 ‘20대 총선에서 바라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남북관계 개선은 한자릿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표는 “당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민주화 관련 내용들에 대한 국민들의 바람이 압도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도 “지금 한국 경제가 무척 어렵고, 국민들의 관심사도 경제인 것은 분명하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이 전 장관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남북경협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이 협력하면 5% 성장을 앞으로 20년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을 연구하고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 복원’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 자본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저발전된 중국 동북 3성이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런 자본의 요구를 시진핑 주석이 2013년 얘기한 ‘일대일로’ 정책으로 합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장관은 따라서 “이런 식으로 몇년 더 지나가면, 북쪽으로 난 문을 열어봐야 기회의 창은 이미 닫혀버린 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회찬 전 대표는 이와 함께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문제와 관련해서도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점을 공세적으로 알려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표는 “북핵을 못 막은 정권은 물러나라. 한반도 평화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고 전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4년차에 들어섰는데 이유가 어떻든 남북관계가 결국 파국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취임 뒤 지난 3년 동안 대내외적으로 신뢰 프로세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을 얘기했지만, 북한을 상대로 그런 얘기를 하지 않고 외국 사람들만을 대상으로만 하니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에서 북한 변수를 공세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정말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좀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그 이유로 북한 문제에 대해 야당이 정책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이 약하다는 점을 꼽았다. 이 소장은 “햇볕정책이든 포용정책이든 이론적 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감성적 소구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이것이 대중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정치를 통해서 해야 하는데, 현재 야권이 잘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야권은 정세가 불리하면 안보, 조금 여유가 생기면 평화를 얘기한다”며 “여권과 차별화하는 차원에서 다른 대안을 얘기하지만, 실행 차원에서 풍부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어 해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이 소장은 여권에서 북풍 등을 시도할 때 같이 북한 문제로 ‘맞짱’을 뜨지 말고 오히려 복지 등으로 맞서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일은 대박’이라는 주장에 맞서 ‘평화가 대박’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긍정하면서도 “통일대박에 복지대박으로 맞서는 것이 훨씬 유용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보 이슈에 대한 정치적 공세에 대해 야권이 그것만 가지고 버티지 말고, 다른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것도 적절한 대응”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북경제협력 문제 등을 중심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과 “통일대박에 복지대박으로 맞서는 것이 유용하다”는 의견 사이에서 하나의 절충점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더 많은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해 정세현 전 장관은 “현재 상황을 그대로 놔두면 박근혜 정부가 총선 뒤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를 위기 쪽으로 더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시민사회가 야권 통합을 위해 압력을 넣는 등으로 총선 이후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야권 공세 사전에 차단 의도
‘남북경협은 미래 먹거리’ 강조해
시민관점 통일대박론 조성 중요” “무너진 남북관계 복원도 과제
중국 자본 휩쓸고 간 뒤엔 늦어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실패 짚고
평화세력 집권 당위성 알려야”
북한 개성공단의 ㈜신원 의류 생산라인에서 2005년 5월 북쪽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신년토론회 ‘20대 총선과 남북관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는 야권에서 남북경제협력 문제 등을 중심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남북경협이 미래의 먹거리라는 것을 부각시키면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야권이 수세가 아니라 공세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2016 신년토론회 ‘20대 총선과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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