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통일리더십스쿨의 조은희 주임교수(일어서 있는 이)가 토론 수업인 ‘겨레의 봄’ 시간에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숭실대 제공
싱크탱크 광장
올해부터 첫 필수과목으로 지정
한헌수 총장 통일신념이 밑바탕
학생들 주체 발표·토론으로 진행
이수 뒤 통일 관심 2배로 높아져
“처음 생각해본다는 사실에 놀라”
“다양한 각도로 통일을 보는 경험”
내년엔 학교 밖으로 영역 확대 계획
“대학에 필요한 통일마중물” 평가
올해부터 첫 필수과목으로 지정
한헌수 총장 통일신념이 밑바탕
학생들 주체 발표·토론으로 진행
이수 뒤 통일 관심 2배로 높아져
“처음 생각해본다는 사실에 놀라”
“다양한 각도로 통일을 보는 경험”
내년엔 학교 밖으로 영역 확대 계획
“대학에 필요한 통일마중물” 평가
“통일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강연과 여러 활동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민족의 개념, 한민족 통일의 의미에 대해 제가 처음 생각해 본다는 사실에 놀랐고 반성했습니다.” “통일 대비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을 다른 과의 여러 학우와 나누고 절충하는 등 다양한 시선에서 통일을 바라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 되었습니다.”
올해 서울 숭실대에서 진행한 ‘통일리더십스쿨’에 참가한 1학년 학생들이 무기명으로 남긴 후기 중 일부분이다.
통일리더십스쿨은 숭실대가 올해 전체 신입생들에게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통일 교육 프로그램 이름이다. 다시 말해서 올해 숭실대에 입학한 신입생 2600여명은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경북 문경의 ‘숭실통일리더십연수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들어야 했다는 말이다. 실제로 지난 3월초 기계공학과를 시작으로 지난 12월2일 경영학과에 이르기까지 숭실대 2015학번 학생들이 모두 20차례에 걸쳐서 이 3박4일 교육과정에 입소했다.
통일리더십스쿨은 커다란 실험으로 불릴 만하다. 우리나라 대학 역사를 통틀어 봐도 이렇게 전체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통일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사례가 없다. 그러기에 많은 대학들이 이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봤다. 숭실대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핵심은 통일이 젊은 신입생들에게는 너무도 관심이 없는 주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은 ‘통일대박’을 외치지만, 정작 학생들의 관심 밖에 있는 통일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정했을 때 여러 가지 불만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2013년 취임한 한헌수 현 총장이 통일 교육에 대한 신념과 뚝심으로 여러 난관들을 돌파했다. 한 총장은 “통일은 앞으로 젊은이들을 추동할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하면서, 2014년 ‘통일시대 통일대학’을 표방했다. 학교 커리큘럼도 크게 바꾸고, 추구하는 인재상도 ‘통일시대 창의적 리더 육성’으로 재정립했다.
모든 신입생들이 입소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한 총장의 뚝심이 만들어낸 커다란 실험은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 숭실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올해 통일리더십스쿨이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는 성과를 냈다고 본다. ‘통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높이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프로그램 이수 뒤 학생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1학기 때 11차 전체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5점 만점 척도 설문을 보자. 교육 전에는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평균 2.23으로 낮았지만, 교육 뒤에는 3.89로 높아졌다. 2학기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에 대해 통일리더십스쿨 전체 과정을 총괄하는 조은희 주임교수는 “100분위로 환산하면 통일에 대한 관심도가 40점대에서 80점대 가까이로 높아진 것”이라고 풀이한다.
비결은 뭘까? 통일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잘 설명한 덕일까? 아니다. 뜻밖에도 조 교수는 “학생들에게 통일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고 밝힌다. 대신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하고 발표하도록 하는 것”을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겨레의 통일 봄맞이’ ‘차이를 넘어 남북 하나되기’ ‘통일 한국의 리더십 만들기’ ‘통일, 숭실에서 시작된다’ 등 4개의 큰 주제로 나흘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토론과 발표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가령 3일차에 진행하는 토론광장인 ‘숭실통일광장’을 보자. 70~80명 학생들이 마주보고 앉아서 난상토론을 벌이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의견을 활발하게 내는 게 중요하다. 가령 통일 수도는 어디로 하면 좋을까라는 주제를 던지면 서울, 개성, 평양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온다.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신경수 교수는 “그런데 주장하는 학생들이 설득을 잘하면 결론에서는 금강산 등 전혀 색다른 장소가 몰표를 얻기도 한다”고 말한다.
조은희 교수도 “요즘 학생들은 멀티미디어에 익숙해 있고 기성세대들보다 토론 문화에도 익숙해 있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강의식·주입식 교육을 하면 오히려 반발을 사게 된다”고 한다. 조 교수는 이렇게 스스로 발표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학생들의 평가도 아주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프로그램에 들어올 때는 불만 섞인 얼굴들이 70% 정도 되는데,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는 오히려 70% 이상의 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연수원을 떠난다”고 말한다.
숭실대는 올해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프로그램을 학교 밖으로까지 넓혀가는 등 영역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숭실대 쪽은 “내년에는 기독교 단체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우선 통일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통일리더십스쿨의 교육 내용이 알차다는 점들이 알려지면서 참가신청에서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한다.
민간 통일교육기관들의 모임인 통일교육협의회의 이갑준 총괄팀장은 “통일 교육의 중요성이 여러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통일을 준비하고 이끌어갈 주인공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통일 교육은 부족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숭실대에서 실천하고 있는 통일 교육은 우리의 대학 사회에서 일어나야 할 대표적인 통일 마중물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3박4일 과정의 통일리더십스쿨 마지막 단계는 학생들이 그동안 배우고 토론한 내용을 기초로 스스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다. 숭실대 제공
연재싱크탱크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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