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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남북 합의, 결실로 가꾸자”…관계 개선 의지 직접 표현

등록 2015-08-28 19:31수정 2015-08-28 20:34

“화해·신뢰의 길로 돌려세워”
북 최고지도자 이례적 발언
전문가 “대화에 적극 나설 듯”

중앙군사위 위원 일부 교체
지뢰 폭발 사태 관련성 주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남북 ‘2+2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이룬 합의를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가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공식 표명했다. 김 제1비서는 28일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중앙군사위원들을 해임해 지뢰 폭발 이후 사태 전개와 관련성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개최 소식을 보도하면서, 김 제1비서가 “이번 접촉 결과는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고 평화를 귀중히 여기는 숭고한 이념의 승리다. 우리는 운명적인 시각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제1비서는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에서 공동보도문이 발표된 것은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로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제1비서는 이런 합의가 핵억제력을 위시한 군사적 능력 때문에 이뤄질 수 있었음을 강조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제1비서의 동정과 발언이 북쪽 매체에 소개된 것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던 지난 20일 밤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이후 8일 만이다. 전문가들은 김 제1비서가 침묵을 깨고 내놓은 첫 발언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점에 의미를 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이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가꾸어가자’고 강조한 것은 북한의 지도자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당분간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남쪽이 2+2 접촉 이후 ‘속도조절’ 분위기를 보이는 것과 달리, 북쪽이 이후 남북대화를 주도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통신은 이날 확대회의에서 일부 중앙군사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했다고 전했으나, 구체적 명단을 밝히지는 않았다. 일단 해임됐을 가능성이 큰 인물로는 지난 4월말께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 올 들어 총참모부 작전국장직에서 해임된 김춘삼 등이 꼽힌다. 이들을 대신해 현영철 숙청 이후 새로 임명된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조남진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등이 임명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부에선 지뢰 폭발 책임을 물어 작전 지휘 라인에 있는 리영길 총참모장, 서홍찬 총참모부 작전국장(추정),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나 관련 군단장 등 일선 부대장이 해임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정성장 실장은 “지뢰 도발과 관련해 지휘 라인의 해임 여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신중론을 폈다. 정부 관계자도 “현재로선 누가 왜 해임됐는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제1비서가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개최하고 결정 사항들을 공개하는 모습은 이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는 달라진 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시대 들어 특징이 국가 중대사를 나름의 시스템을 통해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밤에도 김 제1비서는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준전시상태 선포를 결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성장 실장은 “대북 전단 살포와 국제사회에서의 대북 인권 문제 제기 등 많은 암초들이 가로놓여 있어 남북한 관계가 계속 순항하기 위해서는 남북 모두의 강력한 관계개선 의지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주문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우리가 세게 나가니까 승리했다. 북한도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 대신 겸허하게 접근하면 남북관계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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