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로 초래된 한반도 군사적 긴장 상황을 논의하는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0시 55분께 극적으로 타결됐다. 통일부 제공
‘남북 고위급 회담’ 타결 이후
박 대통령-김정은 ‘간접 대화’ 기회…긴장 딛고 협력으로
DMZ 평화공원 조성·경원선 복원 등 논의될 가능성도 커져
박 대통령-김정은 ‘간접 대화’ 기회…긴장 딛고 협력으로
DMZ 평화공원 조성·경원선 복원 등 논의될 가능성도 커져
남북관계가 심야의 대반전을 맞았다. 22~25일 총 43시간 동안 진행된 치열했던 남북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남북이 충돌 일보직전까지 치솟았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함은 물론, 큰 틀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합의로 경색된 남북관계는 해빙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남북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 나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대북정책 기조로 내세우며 남북관계 개선을 모색했지만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오히려 통일대박론과 통일준비위원회 발족 등에 북쪽이 흡수통일 획책이라고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선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건에 이어 20일 북쪽의 서부전선 포격과 남쪽의 대응 포격이 벌어지면서 군사적 긴장까지 급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은 전격적으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대표로 참여하는 2+2 고위급 접촉에 합의했다. 하지만 남쪽은 지뢰폭발에 대한 북쪽의 분명한 사과를, 북쪽은 조건없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협상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결국 이 부분에서 북쪽의 유감 표명과 남쪽의 조건부 중단이라는 절충에 도달하며 일대 반전을 맞게 됐다.
이번 합의로 올해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남북 당국 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는 전면적인 정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또 남쪽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과 경원선 복원 사업 등도 남북 간에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합의는 나아가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출발점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극적 합의를 이끌어낸 2+2 고위급 채널이 이후에도 남북관계의 소통 채널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장관급 이상의 남북 대화채널이 상시 가동될 경우, 정치·군사 분야의 난제는 물론 교류·협력 과제도 상대적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게다가 이후 남북관계 진전 여하에 따라서는 남북 정상회담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남북 대표단에 훈령을 보내면서 ‘간접대화’ 기회를 가졌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장애물 없이 순탄하게 풀려갈 수 있을지를 두고는 아직 불분명한 대목이 많다. 남북 사이에는 천안함 피격사건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 등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등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북쪽이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위성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나설 경우 관계개선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이 25일 새벽 ‘2+2 고위급 접촉’을 마친 뒤 통일대교를 지나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파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양쪽 수석대표로 모두 군서열 1위급
‘2+2 대화’ 새틀 자리매김 가능성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쪽 수석대표로 나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채널로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남북 협상은 주로 외교·통일 분야에서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군 출신이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북 양쪽 수석대표가 모두 군 출신인 점은 남북 협상 과정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군의 경우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남북 협상에서 대표로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이 군뿐 아니라 외교안보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지만, 이번 사안이 군사적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양쪽 군 출신들이 협상을 풀어나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정회시간을 제외해도 무박 나흘간 무려 42시간 반에 걸친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 극적 타결을 끌어내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1949년생 동갑이기도 한 두 사람은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 서열 1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안보와 통일 담당 최고 책임자로 구성되는 남북간 2+2 대화채널이 고위급 접촉의 새로운 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이번 극적 타결의 결과로 떠오르고 있다. 회담 의제로 남북간 군사와 정치 현안을 일거에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단절돼온 통일부 장관과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이른바 ‘통-통 라인’ 복원도 관심거리다. 다만 이번 고위급 접촉이 극한의 대치 상황을 고리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2+2 대화’ 새틀 자리매김 가능성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양쪽 수석대표로 나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남북관계의 새로운 채널로 급부상했다. 지금까지 남북 협상은 주로 외교·통일 분야에서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군 출신이 맡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북 양쪽 수석대표가 모두 군 출신인 점은 남북 협상 과정에서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군의 경우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남북 협상에서 대표로 나서기는 쉽지 않았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역할이 군뿐 아니라 외교안보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지만, 이번 사안이 군사적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양쪽 군 출신들이 협상을 풀어나가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정회시간을 제외해도 무박 나흘간 무려 42시간 반에 걸친 밤샘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 극적 타결을 끌어내 이런 경험이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1949년생 동갑이기도 한 두 사람은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 서열 1위인 셈이다. 이와 함께 안보와 통일 담당 최고 책임자로 구성되는 남북간 2+2 대화채널이 고위급 접촉의 새로운 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도 이번 극적 타결의 결과로 떠오르고 있다. 회담 의제로 남북간 군사와 정치 현안을 일거에 결정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 정부 들어 단절돼온 통일부 장관과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이른바 ‘통-통 라인’ 복원도 관심거리다. 다만 이번 고위급 접촉이 극한의 대치 상황을 고리로 성사됐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유지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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