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25일 새벽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합의문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제공
남북이 나흘간의 ‘2+2 고위급 접촉’을 통해, 지뢰폭발·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고, 남쪽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잠정 중단한다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남북이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 사건과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20일 서부전선 포격 충돌을 거치며 치솟은 군사적 긴장 상태에서 일단 벗어나게 됐다. 앞으로 이를 계기로 남북이 큰 폭의 관계 개선으로 나아가게 될지 주목된다.
남북은 22~25일 판문점에서 2+2 고위급 접촉을 열고, 이런 내용에 합의했다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전 2시께 청와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공동합의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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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합의문을 보면, 북쪽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쪽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쪽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했다. 또 남쪽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날 낮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의 핵심 의제였던 ‘지뢰폭발에 대한 사과’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놓고 각각 북은 유감을 표명하고, 남쪽은 조건부 중단하는 절충을 한 것이다.
남북은 또 올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하고, 앞으로 계속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를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은 9월 초에 하기로 했다. 더불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남북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하고,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대화와 협상을 진행한다는 데도 합의했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남북은 22일 오후 6시30분 판문점에서 1차 ‘2+2 고위급 접촉’을 열어 23일 새벽 4시15분까지 9시간45분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에서 2차 접촉을 속개해 30시간 넘게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다. 이번 접촉은 북쪽이 지난 21일 오후 김양건 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김관진 실장과의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뒤, 남쪽의 수정 제의와 북쪽의 재수정 제의를 거쳐 성사됐다.
북쪽은 지난 20일엔 경기도 연천 서부전선에서 두차례 남쪽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이에 남쪽도 북쪽 비무장지대를 향해 29발의 대응 포격을 했다. 북쪽은 이어 김양건 비서 명의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철거를 요구하는 동시에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바 있다.
김지훈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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