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북 협상 상황은
교류 현안 논의됐어도 합의까진 기대 어려워
교류 현안 논의됐어도 합의까진 기대 어려워
사흘째 밤을 새워가며 남북의 고위급 당국자들이 ‘2+2’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남쪽은 ‘도발 사과’, 북쪽은 ‘확성기 철수’를 되뇌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24일 밤늦게까지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시작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은 24시간을 넘긴 24일 오후에도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핵심 쟁점인 북쪽의 지뢰폭발·포격과 관련한 유감 표현 수위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여부를 놓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재 합의 마무리를 위해서 계속 논의중에 있다”고 말해 이날 오후 중에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특별한 진전 기류는 포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뢰폭발·포격 이외 남북관계 현안들은 구체적 논의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화 테이블에 어떤 형태로든 올라왔겠지만, 각자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산가족 문제는 남쪽이 박 대통령의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기된 올해 내 이산가족 명단 전면 교환과 상봉 정례화의 의미를 설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한은 곧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이산가족 상봉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맞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톤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이후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을 비치며 지뢰폭발·포격 등에 대한 남쪽의 사과 요구를 누그러뜨리려 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남쪽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금강산 면회소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신변 안전 보장 대책 등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북한은 이미 유감을 표명했다며 추가 조건 없는 재개를 주장했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의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 때 시행한 2010년 5·24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쪽의 5·24조치 해제 요구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사과만을 언급하고 다른 남북교류 현안에 대해선 말하지 않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교류 현안에 대해 서로가 원하는 바를 테이블에 던져놓았을 수는 있었겠지만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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