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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포격 교환하며 물밑에선 대화 모색…‘최악 피하기’ 접점 찾아

등록 2015-08-23 19:51수정 2015-08-23 23:02

남북이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10개월여 만에 다시 대면했다. 북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2014년 10월 4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영비 오찬장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남북이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10개월여 만에 다시 대면했다. 북한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2014년 10월 4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영비 오찬장에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남-북 고위급 접촉 성사 배경

22~23일 전격적인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성사된 배경에는 북한의 잇단 물밑 대화 제의가 깔려 있다. 북쪽은 남쪽에 포격을 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에 맞서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한편으로는 남쪽에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화전 양면 작전을 통해 자신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판을 짜려는 의도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건 서한은 처음부터 대화 의도
중국이 북한 판단에 영향줬을 수도

북쪽은 지난 20일 오후 4시12분 두번째 포격을 가한 뒤 38분 만에 대남 관계를 책임진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로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서한을 보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즉시 중단하라”면서도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다음날(21일) 오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김 비서에게 답신 통지문을 발송하려 했지만 북쪽은 김관진 실장의 명의가 아니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이는 북쪽이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해서가 아니라 안보와 남북관계를 아울러 의미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남쪽에서 안보 분야 최고 책임자인 김관진 실장이 나와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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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치솟던 21일 오후 4시께 김 비서 명의로 다시 김관진 실장에게 통지문을 보내 접촉을 제의했다. 2시간 뒤 김 실장은 ‘북한군 1인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대화에 나오라는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북쪽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를 약속받으려면 군부 1인자가 직접 나와야 한다는 의도였다. 이에 북쪽은 다음날(22일) 오전 9시35분 황병서 국장이 나가겠으나 김양건 비서도 빠질 순 없다면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나오라는 재수정 제안을 했다. 황병서 국장은 대남 협상 경험이 적기 때문에 홍용표 장관과 급은 맞지 않는다고 보지만 대남 협상 경험이 풍부하고 실권을 가진 김양건 비서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남쪽이 2시간 뒤 이를 받아들이면서 극적으로 남북 2+2 고위급 접촉이 성사됐다. 북쪽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예고한 시한으로부터 불과 5시간여 전이었다. 남쪽 또한 경제와 사회 분위기를 주름지게 하는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남북관계 전환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두 문제를 동시에 협의할 수 있는 2+2 접촉을 즉각 수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협상 전개 과정을 두고는 북쪽이 무력 도발에 기초한 협상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의도하고 실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쪽에서 애초 군사적 충돌을 확전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20일 남쪽의 대응사격에 다시 응사했겠지만, 그 대신 김양건 비서가 서한을 보낸 점에 비춰 처음부터 대화의 판을 짜기 위해 제한적 도발을 하고 긴장을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긴장을 고조시킨 뒤 판을 키워서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모험주의적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월3일 전승절 기념행사를 앞둔 중국에서 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확대시키지 않길 원하는 점도 북쪽의 판단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연철 인제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승절을 앞둔 중국이 큰 잔치를 앞두고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에 여러 의사를 전달했을 수 있다”며 “북-중 관계가 최근에 안 좋았지만 아직은 조정해가는 국면이기 때문에 북한도 상황을 안정화시킬 필요는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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