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준전시상태 선언 ‘자승자박’
남 “밀릴 수 없다” 방송 계속
북 실제행동 땐 무력충돌 불가피
“남북한 서로 위험성 아는 만큼
정면대결 비켜갈 가능성” 분석도
남 “밀릴 수 없다” 방송 계속
북 실제행동 땐 무력충돌 불가피
“남북한 서로 위험성 아는 만큼
정면대결 비켜갈 가능성” 분석도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과 시설 철수 시한으로 정한 시점이 다가오면서 남북간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이 20일 전통문을 보내 ‘이날 5시부터 48시간 안으로’라고 스스로 시점을 못박은 만큼, 북한이 그냥 넘기기는 어려운 자승자박의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북한은 이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전군의 완전무장 명령을 하달했다. 북한은 과거 8차례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전례가 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비상한 상황에서 철저한 군사적 대비태세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특히 1993년에는 3월8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나흘 뒤 “핵무기확산방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해 ‘1차 핵위기’를 초래했다. 북한이 그만큼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표시로 풀이된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직접 소집한 이 회의에서 인민군의 작전 진입 준비실태 점검, 군 전선사령부의 공격작전 계획 검토·비준이 이뤄졌다는 북한 보도는 사실상 22일 오후 5시 이후 상황에 대한 군사적 행동 계획을 수립했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반면, 남쪽도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만큼, 북한의 위협에 밀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군당국은 실제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애초 계획대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설치된 대북 확성기 시설 11곳에 대한 소재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군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백승주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군사적 행동에서 저희가 예측을 가장 높게 하는 건, 11개 지역에서 북한이 확성기 방송 시설에 대해 공격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동원한 14.5㎜ 고사포와 76.2㎜ 직사포도 확성기 시설을 파괴할 위력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은 이들 화기보더 더 위력적인 170㎜ 자주포와 122㎜ 방사포, 240㎜ 방사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또 북한이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을 전선으로 급파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11군단 정예요원 등의 파견 가능성도 제기된다. 11군단 예하 5만여명과 정찰총국 예하 1만여명 등 6만여명의 요원들은 특수작전을 전문으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실제 타격에 나선다면 단호한 대응을 공언한 남한도 보복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자칫 인명피해가 나는 국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상황이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전면전 확대 우려도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22일 전군작전지휘관 회의에서 “단호한 대응을 하고 효과적으로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복잡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남한의 반발을 초래할 정면대결보다는 누구 소행인지 모르게 허를 찌르는 기습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군 당국자는 “북한이 화력 대결에선 열세라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정면대결을 피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치고 빠지기 작전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될 경우 남한이 즉각 대응하기 쉽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남북간 긴장 고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 남북간 충돌의 확전 비화를 막는 제동장치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미 간 연합체제를 통해 자국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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