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분단 70년 - 다시 쓰는 징비]
안보 전문가들 ‘안미경중’ 외교 전환 촉구
안보 전문가들 ‘안미경중’ 외교 전환 촉구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안미경중)은 한국에서 널리 소통되는 통념이자, 대중적 기반을 갖춘 동아시아 전략이기도 하다. 광복·분단 70돌을 맞아 <한겨레>가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 및 국회 외교통일·국방위 소속 의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자들이 대다수 이런 통념과 전략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점증하는 미-중 갈등의 높은 파고를 헤쳐갈 대안적 외교안보전략에 대한 갈증의 반영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5.5%는 ‘안미경중’이 ‘지속 불가능하다’(13.3%)거나 ‘(안미경중을 대체할) 새로운 균형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62.2%)는 쪽을 선택했다. ‘안미경중’이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모두로부터 불만을 자초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은 물론, 동아시아의 강중국으로 부상한 돌고래 한국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은 수동적 전략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안미경중은 매우 잘못된 견해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전 교수는 “중국은 점차 안보제도를 만들어 동아시아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하고 미국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동아시아 경제아키텍처에서 많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한국은 미-중이 각자 구축하는 질서를 조화롭게 만드는 규범과 제도의 균형외교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안보와 경제는 선순환 구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안미경중’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제-중국’, ‘안보-미국’도 일견 타당성이 있지만 우리의 생존과 이익을 중심으로 미-중, 중-일 사이에서 신균형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중이 각자 구축하는 질서
조화롭게 할 균형외교 추구를”
“동맹·진영 대결구조 완화해야”
“사드 배치 반대” 53%
‘미-중 경쟁구도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기본 안보전략이 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7%는 ‘한-미 동맹 강화’나 ‘미-중 사이 등거리’ 등 양자택일이나 수동적 줄타기 전략보다 ‘남북협력 및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질서 구축’을 선호했다. 역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해석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한국이 미-중 사이의 배타적 선택을 해야 하는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은 남북관계 개선이며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 공동체 협력질서를 통해 동맹 또는 진영대결 구조를 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미-중 갈등 구도에 끼어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 협력구도 창출을 먼저 주도하자는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은 “미-중 사이에서 돌고래 외교를 하는 기본은 남북관계 개선”이라며 “남북협력과 동아시아공동체는 불가분의 관계”라고 했고,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아시아의 다자적, 통합적 움직임을 주목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남북간 긴장관계를 해소하지 않으면 한반도에서 군사 갈등이 언제든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은 돌고래 한국이 현실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참석’(51.1%) 또는 ‘방중하되, 열병식 불참’(35.6%)이라는 절충안을 택했다. ‘불참’ 의견은 6.7%에 그쳤다. 불참 의견 또한 방중 자체가 아니라 열병식의 성격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재철 가톨릭대 교수는 “열병식이 갖는 냉전적·대결적 성격”을 들었고,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어떤 나라에서든 열병식 참석에 반대한다”고 했다. 한국이 ‘평화·협력’이라는 가치를 전면에 내걸고 일관된 행보를 구사할 때 미·중 눈치보기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커진다는 제안이다.
미-중 대결 구도가 깔린 유사 사안인 미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반대가 53.3%로 찬성(26.7%)보다 많았다.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은 “사드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용 무기”라며 “우리의 주체적 사항인데 중국이 반대하는 것은 주권침해”라고 찬성했다. 반면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종심이 짧은 한반도 작전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비용 문제와 중국의 정치적 압박, 동아시아 군비경쟁 촉발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나경원 외교통일위원장은 “필요한 무기체계지만 우리가 먼저 요구할 사안이 아니며, 미국의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입장 표명이 선행돼야 한다”는 기타 의견을 냈다.
동아시아 정세를 긴장시키는 핵심요인으로는 ‘중국의 세력 팽창’(37.8%), ‘미국의 중국 견제’(22.2%), ‘일본의 군사력 확장’(13.3%),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8.9%) 순으로 응답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미·중·일 간 견제·대립도) 긴장 요인이지만 장기적이고 예측가능한 변수인 반면 북한의 대량파괴무기 개발은 긴장 유발의 핵심 요인이며 동아시아 판도를 바꿀 요인”이라고 북한 요인을 강조했다. 하지만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미국의 중국 견제와 중국의 세력팽창이 동시 진행되는 질서 전환기의 공백을 틈타 일본의 보수화와 북한의 핵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미-중 경쟁 구도 속 일본과 북한의 대응으로 긴장 요인의 구조적 관계를 바라봤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중 간 동아시아 세력 경쟁에 대해선 “현재와 같이 협력과 긴장의 이중관계가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88.9%에 이르렀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미국과 중국은 정치·안보에서 대립적이지만 경제에서 경쟁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어느 한 나라의 독주가 힘들 것이기에 미-중은 패러독스 상황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조화롭게 할 균형외교 추구를”
“동맹·진영 대결구조 완화해야”
“사드 배치 반대” 53%
동아시아 정세 긴장 핵심 요인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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